의료소송 사관학교. '법무법인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대형로법 틈새를 비집고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돈 되는, 이기는 소송보다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의 중심에 이들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기기 힘들다는 의료과실 소송에서 신해철 사망 사건의 유족 측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서상수 대표 변호사가 그런 예.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선 변호사들도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최종원 변호사 역시 의료계가 골치를 앓고 있는 퇴거 불응 환자 문제에 대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요양병원을 비롯해 병의원마다 한 두 명씩 있다는 퇴거 불응 환자와 관련 소송에서 '현대판 고려장'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던진 바 있는 최 변호사를 만났다.
현대판 고려장, 병의원만 독박
최근 최종원 변호사는 퇴거 불응 환자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돈이 되는 소송은 아니었지만 진료비 지급을 미루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방치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어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퇴거 불응 환자 문제는 '현대판 고려장'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노인 층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의원, 특히 요양병원이 퇴거 불응 환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병원들이 이런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호자가 환자를 입원시키고 잠적하는 경우 병의원이 고스란히 '부양의무'를 떠앉게 된다. 평판을 중요시 하는 요양병원 경우는 병원을 접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진료비 지급을 미루는 환자들의 등을 떠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큰 문제는 부양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노인 환자를 입원실에 남겨놓고 보호자가 잠적하는 경우. 노인 환자는 간병인까지 필요해 수년간 방치되는 환자를 케어하는 데만 수백, 수천만원의 손실을 떠 안아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최 변호사도 '현대판 고려장' 문제에 눈을 떴다.
그는 "서울 소재의 한 병원이 사건을 의뢰하기 전까지는 진료비 미지급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소송을 벌이면서 의료계가 큰 짐을 떠앉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는 실정이 개탄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수술 후 1인실을 쓰고 야반도주하는 사기에 가까운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며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지만 병원의 평판이 중요하다는 약점을 잡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그가 승소한 사건도 비슷한 예다.
노인 환자를 입원시킨 후 아들이 지불보증을 섰지만 진료비는 지불하지 않았다. 일주일만에 환자는 퇴원했지만 보호자 측은 입원 당시 환자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재입원을 시키고 병원에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입원실에 '투숙'하고 있는 환자의 진료비와 간병비는 이미 수천만원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특히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보험 급여 청구도 불가능했다. 해당 병원은 말그대로 눈떵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그대로 떠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 변호사는 "퇴거 판결을 받아내고 퇴원을 요청했지만 불응해 비용상환 청구를 할까도 생각했다"며 "고려장 문제가 방송을 타며 이슈화가 되자 환자가 자진 퇴원을 하긴 했지만 이런 문제는 지방 요양병원에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거 판결을 받아낸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보호자가 없는 환자를 그냥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가 요양기관을 설치하거나 알선해 주는 등의 제도적인 보완책도 시급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서 돈이 되는 소송보다 불합리한 의료제도 개선에 힘이 되는 소송을 맡고 싶다"며 "의료 실무나 행정 절차를 몰라 당하는 의료인이 많은 만큼 불이익을 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