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같으면 마트 등에서나 발견할 수 있었던 99 마케팅이 의료계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맞아 피부미용, 성형을 표방하는 의원들이 각종 시술 및 수술, 화장품 등에 대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의원을 찾는 환자에게 선착순으로 쿠키를 제공하는 이벤트, 화장품 50% 할인, 각종 시술이나 수술비 할인 등이다.
최근에는 단순 가격 할인을 넘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99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99 마케팅은 80년대 초 미국에서 경기가 장기 침체하자 기업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9달러 99센트짜리 상품을 출시한 것에서 유래했다.
마트 등 기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 의료계에도 도입된 것이다.
개원의들은 환자의 심리를 자극해서라도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경기 침체'를 꼽고 있다.
대구 A피부과 원장은 "세월호 사건 이후 전체적으로 경제, 경영이 압박을 많이 받았다. 숙박업 등이 특히 타격이 크겠지만, 의료도 전반적으로 환자가 많이 줄었다. 파악이 안 됐을 뿐 경기가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수입이 30~40% 이상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피부 미용, 성형 시장은 전문의가 하는 시장보다 비전문의가 보는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경쟁이 훨씬 심하다. 할인 이벤트도 언론에서 질타가 많았지만,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원장도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하니까 9만9000원 항목을 앞세우고, 환자가 오면 다른 시술까지 권해 수익을 보전하는 식"이라며 "99 마케팅 자체가 경영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대표적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무차별 저가 경쟁,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
무차별한 가격 경쟁이 가지고 오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성형외과 원장은 "가격이 내려가면 환자가 몰리게 되고, 밤늦게까지 수술을 해서 환자를 받아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의료의 질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I피부과 원장 역시 "경기가 어려운 것은 모두 어려운 것"이라며 "보통 가격 할인을 많이 하는 의원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피부과, 성형외과가 아니라 일반의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리닉, 진료과목이라고 적혀 있으면 피부과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은 아니다. 가격 할인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