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달부터 본격적인 '건강보험 급여기준 일제정비' 작업에 나섰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미덥지 못한 반응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달 26일까지 의약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급여기준 개선 의견을 받고, 이를 토대로 우선 검토과제 논의 및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심평원은 정부와 보험자, 공급자, 수요자, 학계 등이 참석하는 '급여기준 개선 실무협의체'(이하 실무협의체)를 지난 12월 구성했으며, 급여기준 개선에 필요한 항목들을 원칙에 따라 1월 내 선정·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심평원은 지난 달 26일까지 내·외부로부터 약 200여 항목의 급여기준 개선 요구항목을 신청 받은 상황.
신청받은 항목 중 심평원은 ▲과도한 급여기준으로 충분한 진료를 제한받는 경우 ▲불합리한 급여기준으로 비효율적인 의료이용을 초래하는 경우 ▲급여기준 원칙이 혼란스러운 경우 등을 중심으로 급여기준 우선 과제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심평원은 이러한 개선과제를 실무검토 및 전문가 자문 등 절차를 통해 관련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개선 논의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 또는 전문가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하되 외부전문가 회의참석 요청 시 참관을 검토하기로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월 내 우선 검토과제를 선정하고, 2월까지 상대가치(수가) 고시의 급여기준이 세부사항(급여기준) 고시에 혼재돼 있어 수가관리가 미흡했던 부분들을 일제 정비할 계획"이라며 "이 후 6월까지 급여기준 개선 실무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새해 직제개편으로 인해 새롭게 신설된 급여기준실 소속 급여개선부가 업무를 담당하기로 해 접수된 급여기준 개선 항목들을 공개하기에는 이르다"며 "더구나 내·외부에서 접수된 급여기준 개선 의견들이 힘들다고 하소연만 할 뿐 구체적인 개선 이유는 담고 있지 않은 것이 상당수라 이를 분류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만 바꾼 실무협의체, 급여기준 개선 기대 안 해"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이 새롭게 신설한 실무협의체가 과거에도 존재해왔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무협의체에 참석하는 의·약계 단체 관계자는 "이미 심평원은 과거 10년 동안 '급여기준 working group'을 만들어 급여기준 개선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그동안 working group을 통해 개선요구를 해왔지만 바뀐 것들이 없는 마당에 심평원이 이름만 실무협의체로 바꿔 운영한다고 급여기준이 개선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일단 심평원이 개선이 필요한 급여기준에 대해 건의하라고 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항상 검토한 후 급여기준을 '현행 유지'로 결정해 왔던 것이 그동안의 심평원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급여기준 개선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손명세 원장을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의·약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손 원장이 의사 출신인 만큼 급여기준을 둘러싼 의료계의 현장 목소리를 잘 이해하지 않겠냐"며 "그동안의 심평원의 방침을 보면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그나마 기대하는 것은 의사 출신인 손 원장 때문"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