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방송에 출연해 설전을 벌인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의사-한의사 간의 전장이 꾸려지고 있다.
포탈 사이트의 토론장에 게시된 '한의사,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글에는 현업에 종사하는 의사, 한의사들이 반박과 재반박의 게시글이 49개나 달리며 논쟁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최근 포탈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한의사,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한의사는 의사이고 의사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듣도 보도 못한,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하는 희귀한 억지다"며 "의료법 어디에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조항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일부 의사들이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라며 억지를 부리고 보건복지부를 압박하기도 한다"며 "한의사가 당뇨치료나 혈액검사를 하면, 의사협회가 나서 해당검사실에 항의를 하고, 한의사가 비만 치료 후 내장지방이 잘 빠졌는지 CT검사를 하려해도 국민건강에 해가 된다고 힘을 쓴다"고 꼬집었다.
의사들의 논리가 한복은 손으로 짜야지만 한복이고, 한복 만들 때 1900년 이후에 만든 '신식' 가위를 쓰면 한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글쓴이의 판단.
그는 "한의학과 양의학은 원리가 다른데 MRI, CT를 가져가서 의사 흉내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오해에 불과하다"며 "치료는 정보수집-정보통합-치료법결정-의료행위의 과정으로 이뤄지고 이 중 의료기기 사용은 정보수집 단계에 해당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는 의학-한의학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사가 면허에 따라 최선의 한방진료를 제공하려고 할 뿐인데 진료방해는 그만해 달라"며 "의사는 의사 자신만이 의사라는 선민사상에서 벗어나, 각자의 위치에서 의료인의 본분에 따라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옹호하는 이 게시글은 무려 2만 4000여건의 조회수와 800여개의 댓글과 함께, 반박과 재반박의 게시글 역시 49개가 달리며 의사-한의사의 논쟁에 불을 붙였다.
내과의사라고 밝힌 필명 '라호야'는 "한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할 수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사는 한의학에 기초한 의사이지, 의학적 지식을 배웠다고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의사가 아니다"며 "X-ray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과 하는 것이 합당한 가는 다른 문제이며, 피검사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가와 피검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는 다르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의사가 의학적 지식을 공부한 목적이 한의학을 좀 더 과학적 관점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침술사가 내가 침놓을 수 있으니 침, 뜸에 있어 한의사와 동등한 지위를 달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필명 'Tales'도 거들고 나섰다.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을 하려면 우선 한방 분업이나 주장하라는 것이다.
그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한방 분업을 해야한다"며 "엄연한 한약 전문가인 한약사(한약국)가 있는데 한의원에서 약짓고 진단하는게 말이 되냐"고 했다.
23년차 한의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이번 의료기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며,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는 바로 '한의사도 의료인이므로 필요한 기구는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고서나 한의이론에 (의료기기 원리가) 없어 한의사의 의료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불성설인 이유는 새로운 것은 원래 기존 이론에 없기 때문이다"며 "한의사는 기기를 다루는 실력이 부족하니 쓸 수 없다는 주장도 역시 무슨 기기든 써봐야 실력이 느는 법이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필명 '이준희'는 원글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의사가 의사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한의사는 한의학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인'이지만, 현대 의학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는 아니다"며 "이미 수많은 판례에서 한의학에 근거하지 않은 현대의학적 행위를 불법으로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복은 기계로 찍어내도 되고 국악도 마이크로 레코딩해도 다 인정이 되지만 국민 보건에 중대한 의료는 안된다"며 "한복, 국악은 면허가 없으면서 '의사'는 면허가 있는 이유가 국민 보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내과의사로 자신을 밝힌 글쓴이는 "의사들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한의학적인 치료 목표인 기나 어혈 등의 정보는 현대 의료 기기로는 조금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며 "한의사들이 과연 현대 의료기기의 판독이 가능하기나 한지 의구심도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복부 CT를 찍어 내장 지방 빠지는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주장을 보니 의료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며 "복부 CT를 찍어 밝혀지지 않은 병변들을 발견해 낼 능력도 없는 것은 당연하고, 발견해 낼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의사가 CT를 찍고 CT 상 밝혀지진 않은 악성 종양을 놓쳤을 경우나 흉부 X-ray를 찍고 작은 폐종양을 놓쳤을 경우 의료과실에 해당한다"며 "과연 그때 이는 양의학상 병이지만 한의학에 나와있는 병이 아니므로 내가 발견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