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동아ST가 항구토제와 관련해 담합했다며 양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차 변론이 양측의 팽팽한 주장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2차 변론에서는 손해배상청구의 '근거'를 두고 공방이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건보공단은 GSK와 동아ST를 상대로 약 4억7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GSK는 동아ST의 항구토제인 온다론이 자사의 조프란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기한 특허소송 중 동아ST가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 대가로 GSK로부터 신약 판매권, 독점권, 인센티브를 부여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대법원은 각각 GSK와 동아ST의 행위와 합의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GSK의 조프란보다 가격이 낮은 동아ST의 온다론 철수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온다론을 선택할 수 없게 됐고, 건보공단도 고가의 조프란을 상환함으로 인해 조프란과 온다론의 약가 차이만큼 보험재정을 지출했다는 이유로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조프란의 가격은 11만1687원, 온다론은 1만518원이었으며 1999년 조프란이 8813원으로 가격을 내리자, 온다론 역시 6711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온다론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소비자들이 불가피하게 조프란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온다론과의 가격 차이만큼의 건강보험재정이 지출됐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말 열린 첫 변론에서 양측은 팽팽한 입장을 견지했다.
GSK와 동아ST는 온다론의 퇴출행위가 없었어도 온다론은 특허소송의 판결에 의해 시장에서 유통될 수 없었을 것이라 주장한 반면,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GSK와 동아ST의 주장은 합리적 추론의 범위를 벗어난 가정적 인과관계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건보공단과 GSK 및 동아ST는 오는 3월초로 예정된 2차 변론을 앞두고 각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동아ST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4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에 대한 근거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동아ST 관계자는 지난 2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의 논리를 보면 온다론이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다면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차지했을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라는 것은 제품 특성도 있고 꼭 예상대로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며 "건보공단이 주장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근거에는 제네릭 의약품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소송을 진행하면서 건보공단의 제시한 손해배상 액수 산정과 소송의 근거가 잘못됐다는 점을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손해배상소송 근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법무지원실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손해배상청구액은 임의로 산출한 것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분석 자료를 근거로 산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온다론이 시장에서 철수할 당시 조프란의 약가는 8813원, 온다론은 6711원이었다. 공정위의 자료는 만일 온다론이 철수하지 않았으면 시장 점유율 어떻게 가져갔을지와 조프란의 시장 점유율 감소분을 경제 분석을 통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재산상태가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손해배상 산정할 때 불법행위가 없었을 때의 재산상태와 있었을 때의 재산상태 사이의 차액이 중요하다. GSK과 동아ST의 특허소송에서 GSK가 이겼을 것이라는 가정이 확실해야 가정에 의거한 재산상태를 확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허소송에서 누가 이길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피고 측은 GSK가 이겼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지만 당시 동아ST도 승소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받아들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손해배상청구 기준이 관건으로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지원실 관계자는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은 미니멈과 맥시멈이 있는데 건보공단은 온다론이 관련 시장에서 조프란을 제외한 만큼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맥시멈으로 4억7000만원을 산정했다"며 "향후 소송에서는 미니멈과 맥시범 어느 지점을 손해로 봐야할 지를 두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