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제23조 제4항 '의사 직접 조제'의 위헌론과 '병원 내 무자격자 불법 조제'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가 된 계기였던 '부산 H정형외과의원' 사건.
실제 당사자인 부산 아름다운강산병원 홍수희 원장이 국회 토론회장에 직접 나서 약사법 제 23조 제4항의 '의사 직접 조제'에 대한 개선 방안과 '병원 내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부산 아름다운강산병원 홍수희 원장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병원 내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홍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약사법 23조 제4항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재 약사법 제23조 제4항은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원장은 "현재와 같이 의사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병동 혹은 수술실에서 약사가 들어와서 조제해야 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생긴다"며 "병동 혹은 수술실은 엄연히 의료법상 의사의 지위를 받는 영역인데 만약 약사가 이곳에서 조제행위를 한다면 이는 곧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은 의료법에 따른 관리 감독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기관내의 조제, 투약은 병실 혹은 수술실에서 이뤄지고 이는 의료인의 고유한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 원장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약사를 고용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문제점으로 들기도 했다.
홍 원장은 "입원환자의 있어 투약은 치료의 목적이다.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24시간 환자를 살피며 매 시간마다 치료와 투약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약국을 찾아 복약지도를 받는 통원환자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의료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약사가 의료진들처럼 24시간 3교대로 커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라며 "더욱이 약사들은 현재 의료시스템 교육을 배우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더욱이 현재 약사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전국의 모든 종합병원은 불법이라고 봐야 한다"며 "약사법 상 의사 직접 조제와 간호사의 '기계적인 조제'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약사법 제23조 제4항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3년 부산 아름다운강산병원은 약사법 위반, 사기 등으로 적발돼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형과 함께 23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 징수처분까지 확정됐었다.
당시 아름다운강산병원은 1주일에 3일 근무하는 조건으로 약사를 고용해 원내 조제 업무를 맡겼고,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의사의 관리 감독 아래 간호사들이 조제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아름다운강산병원은 법원 판결을 통해 의사의 지휘 감독을 인정받지 못했고, 홍 원장은 면허정지 10개월, 의료기관 업무정지 10개월 처분까지 받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복지부는 홍 원장이 허위청구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면허정지와 의료기관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종결 처리했지만, 부당이득 징수처분은 그대로 이행돼 23억 원에 달하는 징수액을 납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