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이 넘는 쇳덩어리가 정용철(가명. 57세)의 오른발 위로 떨어졌다. 김포에 위치한 주물 공장에 근무하는 정 씨는 거푸집 안에 굳어 있는 쇳덩이를 처리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거푸집이 기울어지면서 거대한 쇳덩어리가 정 씨를 덥쳤다. 순간적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쇳덩어리가 덥치는 속도를 이길 순 없었다. 발등을 보호하는 안전화를 신고 있었지만 하필 쇳덩어리는 발등이 아닌 발가락으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정 씨에게 공장 동료들이 몰려와 300kg이 넘는 쇳덩어리를 겨우 치웠다. 깔려있던 안전화가 드러났다. 잘라진 듯 덜렁거리는 안전화는 짓이겨진 살덩어리와 피로 범벅인 상태. 놀란 동료들은 구급차를 불렀다. 다행히 정 씨는 의식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정 씨는 발 상태부터 살폈다. 짓이겨진 안전화는 여전히 피를 뿜고 있었다. 정 씨는 자신의 발가락이 끊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성민병원으로 가주세요."
고통으로 신음하던 정 씨가 꺼낸 말이었다. 구급차가 도착하자 동료들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씨는 의식을 붙잡으며 생각했다. 발가락이 완전히 짓이겨졌다면 모르겠지만 쇳덩어리가 모서리로 떨어진 점을 볼 때 발가락이 '절단'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 순간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본 광고에서 성민병원이 수지접합 전문병원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구급자 운전자에게 성민병원으로 가줄 것을 부탁했다.
성민병원 휴게실에서 기자와 만난 정용철 씨의 얼굴은 밝았다.
그의 오른쪽 발은 발가락을 제외하고 하얀 붕대에 감겨 있었다. 그날 사고로 다섯 발가락 중 새끼 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이 모두 절단됐었지만 모두 접합에 성공했다.
발과 잠시 헤어졌다 다시 만난 발가락에는 모두 철심이 박혀 있었다. 붉은 혈색이 돌고 있었다. 정 씨 말로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돌아온 느낌이라고 한다.
"솔직히 발가락이 끊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앞이 깜깜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픈 건 둘째치고 답답한 심정이었요. 그런데 성민병원에서 접합수술을 받고 되살아난 발가락을 보니 다시 희망이 생겼어요. 퇴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 씨는 환하게 웃었다.
"정용철 씨 수술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성민병원 수부·외상센터 권기두 센터장(의무원장)의 말이다. 절단부위에 이물질이 다소 많긴 했지만 절단된 상태가 비교적 수술하기 수월했고 사고 직후 즉시 이송된 점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도움이 됐다.
▲권기두 수부외상센터장 "중요한 건 의료진의 숙련도"
수지접합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숙련도이다.
권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수지접합 수술률은 50%정도 밖에 안 된다. 반면 수지접합 전문병원에 선정되기 위해선 수술성공률이 최소 75%는 넘어야 한다"며 "이런 점에 비쳐볼 때 성민병원은 90% 이상의 높은 수술성공률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권기두 센터장은 1년에 200~250례에 달하는 수지접합 수술을 통해 5년에 1000례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수술 성공률 역시 95%에 이르고 있다.
뛰어난 의료진의 역량을 바탕으로 성민병원은 지난 2011년 제1기 수지접합 전문병원 지정에 이어 올해도 서울, 인천 지역에서 유일하게 제2기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국립중앙의료센터에서 주관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전국 5500여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의료기관평가에서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5명의 수부외과세부전문의를 확보하고 365일 24시간 진료 및 응급수술 시스템을 갖춤으로서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수지절단 사고 환자를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병원만 선호하는 인식은 환자와 전문병원 모두가 넘어야 할 산이다.
권 센터장은 "절단사고 후 바로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절이나 척추는 환자들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지만 외상은 불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사고 발생시 가깝거나 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전원을 거치다 결국 전문병원으로 오게 되면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많고 수술성공률이 낮은 수술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고 설명했다.
수부외상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정부 차원의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응급환자가 곧바로 전문병원에서 적절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전문병원 이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사고 이후 곧바로 수술 성공률이 높은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합병원 내 전문병원' 지향, 지역에 수준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성민병원은 수지접합 전문병원의 역할은 물론 지역 내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민병원은 지하 2층, 지상 4층, 108병상 규모의 신관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본관까지 합하면 300병상이 넘는 규모로 확장됐다.
신관의 바닥과 벽면은 편안한 느낌의 대리석으로 꾸몄으며 호텔과 같은 고급스럽고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환자 및 방문객의 만족도롤 높였다.
성민병원의 새로운 도약은 무엇보다 전문센터의 강화를 통한 폭넓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부외상센터는 물론 ▲척추센터 ▲관절센터 ▲소화기내시경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특화된 전문센터를 운영하면서 분야별 최고의 의료진을 영입했으며 기존의 진료과목 중심에서 벗어나 '종합병원 안의 전문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척추센터는 비수술 척추치료에서부터 고난이도 척추수술까지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관절센터에서는 관절경 수술부터 인공관절 수술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관절 상태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공관절 반치환술은 환자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살리는 신개념 수술법으로 성민병원 관절센터의 자랑거리로 꼽히고 있다.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정확한 진단과 후속치료까지 원스톱 토탈케어 시스템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강화했으며 300평이 넘는 건강증진센터에서는 국가검진, 암검진, 종합검진 등 분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같이 특화된 전문센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굳이 대학병원을 찾지 않고도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성민병원의 생각이다.
성민병원 안병문 병원장은 "성민병원은 신관 오픈과 함께 대학병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역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위 수준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병원은 환자와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모토 아래 사회공헌에 기여한다는 의료기관의 사명을 구현하고 환자와 임직원 모두 개인적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