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궁합이라는 말이 있다.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가 그렇다. 각각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을 기가 막히게 잡는다. 효과는 좋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의료진이 맘 편히 쓰기 좋은 조합이다.
▲기저 인슐린 단독 ▲기저 인슐린+초속효성 인슐린 병용 등과 비교해도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조합은 이점은 많다.
많은 메타분석에서 당화혈색소 수치와 저혈당 발생 위험도를 더 낮춰주고 GLP-1 유사체 작용 기전으로 환자 체중도 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런데 한국 의료진은 이같은 '팔방미인' GLP-1 유사체를 잘 처방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인슐린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만 인정되는 타이트한 급여 기준 때문이다.
최근 내한한 일본 도쿄의과대학 내과학제3강좌 마사토 오다와라 주임 교수 역시 이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GLP-1 유사체가 결코 당뇨병 치료의 최후의 수단이 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조기에 사용할 때 장기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한 목적은
일본에서 GLP-1 유사체 사용 경험을 한국 당뇨병 전문가들과 교류하고자 방한했다. 특히 릭수미아(릭시세나타이드)의 경우 GLP-1 유사체 중 최신 신약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용 경험을 한국 당뇨병 전문가에게 전달하고 관련 의견을 공유할 것이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급여 기준상 GLP-1 유사체가 조기에 쓰이지 못한다.
GLP-1 유사체를 고혈당 환자들에게만 사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GLP-1 유사체는 당뇨병 진행 자체를 예방해 주는 효과를 갖고 있고 동물 실험에서 췌장의 베타 세포를 보존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년 ADA에서 발표된 '삭사글립틴' 대규모 임상 연구에 따르면, 인크레틴 기반 치료법이 인간에서도 췌장 베타 세포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됐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GLP-1 유사체는 당뇨병 진행을 막는 것은 물론 당뇨병으로 진행된 환자를 전 당뇨 단계(pre-diabetics), 즉 가역적으로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GLP-1 유사체는 최악의 경우까지 아껴뒀다가 마지막에 사용하는 약제가 아니라 보다 조기부터 사용이 필요하다.
급여 여부를 떠난다면 GLP-1 유사체는 어떤 환자에게 적합한가. 또 같은 인크레틴 기반 DPP-4 억제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 DPP-4 억제제와 GLP-1 유사체 모두 유효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아시아인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GLP-1 유사체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DPP-4 억제제는 체중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인(증량 혹은 감량에 영향 없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두 약제는 모두 공복 혈당에 비해 식후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더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두 약제가 아시아인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식후 혈당이 더 높이 치솟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당뇨병 환자는 식후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식후 혈당 조절에 있어 GLP-1 유사체가 DPP-4 억제제보다 더욱 강력하게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당화혈색소(HbA1c)에 대한 효과도 GLP-1 유사체가 더 강력하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부수적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체중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 아시아인도 체중 증가가 큰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직은 서양인과 같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시아인은 경미한 수준의 비만을 겪으면서도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과체중 상태라 하더라도 서양인에 비해 고혈압이나 고혈당, 당뇨병 발생 위험률이 더 높아지고 있어 비만은 아시아인이 매우 취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체중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체중 감소 효과를 고려할 때 GLP-1 유사체는 비만 당뇨병 환자가 제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GLP-1 유사체만큼 체중감소 효과를 가져오면서 안전한 약은 굉장히 드물다. 그간 비만 치료제가 거의 시장에서 퇴출되어 온 점을 비춰보았을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GLP-1 유사체가 비만하지 않는 정상 체중의 당뇨병 환자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비만하지 않는 정상 체중의 당뇨병 환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당뇨병 치료로 HbA1c 수치는 낮아지고 있지만 BMI 수치는 평균 25 정도며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비만하지 않은 환자들도 장기적(5-7년 후)으로 비만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치료 초기부터 GLP-1 유사체를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 아시아인은 BMI 23부터는 과체중, BMI 25 이상이면 비만에 속하고, BMI 30 이상이면 고도 비만에 속한다.)
최근 기저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이 대두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기저 인슐린은 타 인슐린 대비 저혈당 발생률이 낮은 매우 안전한 인슐린이다. 그러므로 기저 인슐린은 타 인슐린에 비해 효과도 좋고 안전성도 더 뛰어나다. 공복 혈당 조절에 좀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식후 혈당이 심각하게 치솟는 경향성을 보인다. 환자에 따라 기저 인슐린만으로 충분히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기저 인슐린을 투여해 공복 혈당을 잡으면 식후 혈당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 다음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개의 옵션이 있다. 기저 인슐린 투여 후 초속효성 인슐린을 하루 3회 투여하거나 GLP-1 유사체를 하루 1회 투여하는 것이다.
만약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법을 택한다면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어 고령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환자의 통증도 덜 수 있다. 결국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 시 추가적 이점은 인슐린 장기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체중 증가 가능성을 상쇄하고 저혈당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데 두 약제 병용시 이를 전체적으로 다 막아줄 수 있다.
'기저인슐린+GLP-1 유사체'와 '기저인슐린+초속효성인슐린 요법'의 장단점을 비교한다면.
▲기저 인슐린 단독 ▲기저 인슐린과 속효성 인슐린 병용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 시의 효과를 비교한 메타 분석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두 요법에 비해 기저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 군에서 HbA1c 수치가 더 낮았다. 게다가 환자들의 체중도 늘지 않았고 저혈당 발생 위험도 더 낮았다.
기저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병용법은 하루에 두 가지 약제를 한 번씩 투여하는 것만으로 당뇨병 환자가 필요로 하는 HbA1c 감소 효과와 식후 혈당 강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반디아' 사태 이후 당뇨병치료제는 심혈관 안전성 입증이 필수 과제가 됐다. GLP-1 유사체 이를 본 데이터가 있나.
당뇨병약에서 심혈관계 사건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당뇨병이 심혈관계질환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GLP-1 유사체 중 심혈관계 안전성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는 '릭수미아'의 ELIXA로 올해 ADA에서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
'빅토자'와 '바이에타' 심혈관계 안전성을 살펴본 연구는 2016년말 혹은 2017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릭수미아'의 경우 사용 경험상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개발되는 GLP-1 유사체 장기지속형 제제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장기 지속형 제제 역시 효과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릭수미아' 등 단기 제제와 비교했을 때 장기 지속형 제제는 공복 혈당은 잘 떨어뜨려 주지만 식후 혈당 강하에는 덜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혈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단기 제재라는 말보다 prandial GLP-1 유사체(프란디알 GLP-1 유사체, 식사 GLP-1 유사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심혈관계 위험 발생률은 높은 식후 혈당과 무거운 체중과 관련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prandial GLP-1 유사체를 사용했을 때 심혈관계 안전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효과가 좋은 GLP-1 유사체를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메트포르민과 SU계 약물 병용에 실패한 환자 중 BMI 30 이상에서 쓰여야 급여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물론 BMI 30 이상인 당뇨병 환자들에서 GLP-1 유사체를 사용했을 때 혜택이 발생한다. 그러나 BMI 25 이상인 환자도 GLP-1 유사체를 사용함으로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본 역학 데이터를 볼 때 BMI 25 이상만 되더라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발생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게다가 BMI가 27만 되더라도 당뇨병 발생률은 2배 이상으로 뛴다.
즉 BMI 25 이상인 사람은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된다. 모두 GLP-1 유사체를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BMI 25 이하의 환자에게도 GLP-1 유사체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BMI 30 보다는 낮은 수치의 BMI로 급여 범위 확대를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