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전의 경쟁자(신약)가 출몰하고 닮은꼴(제네릭) 약이 나와도 여전히 관련 질환 1위를 차지하는 스테디셀러 의약품들이 있다.
이들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꼼짝없이 1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어 의료진들로부터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오래된 약만이 가질 수 있는 장기 데이터는 스테디셀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먼저 2000년 출시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는 경구용 탈모약 중 여전히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견디기 힘들다던 제네릭 공세도 이겨냈다. 라이벌 먹는 탈모약과의 처방액도 격차가 크다.
경구용 탈모약 중 유일하게 아시아 7개국 전문의 협의체 A등급 권고 및 미국 FDA 승인까지 이르는 훈장들은 장기 임상 데이터 등을 보유한 '프로페시아'만의 자산이다.
MSD 프로페시아 김한종 PM은 "프로페시아는 5년간 진행된 3상 임상시험이나 이탈리아에서 발표한 10년 장기 데이터 등에서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프로페시아 매출은 300억대를 돌파해 market leader 자리를 확고히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약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역시 스테디셀러 의약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2001년 발매된 이 약 역시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수십년간 실제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의료진 신뢰와 스타틴 중에서도 '리피토'만의 차별화로 처방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리피토'는 고지혈증약인데도 당뇨 캠페인을 하고 있다. "리피토는 '당신'입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입증된 Outcome과 신(信) 믿을 수 있는 스타틴, 리피토"라는 슬로건이 그것이다.
같은 계열 중 유일하게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적응증 등이 '리피토'에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리피토는 AMADEUS 임상에서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관리에 효과를 인정받는 등 여러 임상에서 당뇨환자의 심혈관질환 관리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등 리피토만의 적응증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을 처방할 때 참고사항이 된다. 당신 캠페인은 리피토만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시장에 나온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는 한때 연간 처방액 17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처방약 중 대표 처방약이다.
지금은 경쟁자 '비리어드(테노포비어)' 등장으로 기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며 왕좌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내원 환자 대상으로 한 '바라크루드' 5년 데이터에서 확인된 바이러스 억제율이 99%, 내성발현율 2.1%라는 임상 추정치는 의료진들의 처방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잘 디자인된 등록 임상보다 약을 잘 먹지 않는 등 환자 관리가 어려운 리얼 라이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용환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바라크루드 데이터는 단일기관이지만 1009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유럽 멀티 센터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결과 역시 등록 임상과 비교해 효능이나 안전성 면에서 상이하지 않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앞에 소개한 스테디셀러 의약품보다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ICS/LABA '심비코트(부데소니드/포르모테롤)', '노바스크(암로디핀 베실산염)' 등도 꾸준히 처방되는 약들이다. 각각 올해로 15주년, 25주년이 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보통 출시 15년 된 의약품은 도태되기 마련인데 '심비코트'는 오히려 하이라이트되는 약이다. 심비코트 터부헬러는 로우 도즈부터 하이 도즈(ICS)까지 하나의 디바이스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런칭 이후 출시 5년만에 고혈압 시장 1위로 등극한 '노바스크' 역시 현재까지도 처방량 기준으로 1위를 지키며 고혈압 치료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