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여의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가족부터 여의사 인맥까지 총동원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10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의사회에 따르면 여성 의사는 2만3000여명으로 전체 의사회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유권자 수는 1만명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 행사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조인성 후보(기호 3번)는 경기도의사회와 경기도여의사회와의 돈독한 관계를 어필하며 여성의 참여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조 후보는 "3년 전 경기도의사회장에 취임하면서 경기도여의사회와의 협력 활동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으로 여의사회와 합동 신년교례회를 개최했고 공문을 서로 공유하는 등 업무협조를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협 회원 중 23%가 여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임원 중 여의사는 많지 않다. 여의사에게 문호를 확대하고 대의원회에 비례대표로 여성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가칭 여성위원회도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민 후보(기호 4번)는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도록 이끌어준 3명의 여성으로 가족과 지인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여성은 처음 결정까지는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능력이 있다. (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어머니, 아내, 그리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이사장까지 세 명의 여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 회장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무조건 응원을 보내주셨다. 아내를 설득하는 데는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한마음병원 박국자 이사장은 2개월의 휴가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송후빈 후보(기호 5번)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천안시의사회에서 총무이사로 활동할 때 함께 했던 이종민 회장의 이야기로 정견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이종민 원장을 찾아가 천안시의사회장에 출마하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다. 그분을 모시고 3년 동안 회무를 봤다. 의사회장은 대외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여자 회장님을 모시고 옆에서 보필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선배보다는 의료 환경이 정말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서 출마했다. 의료계가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방은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107년 만에 의협 회장도 지방에서 충분히 나올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후보는 유학 가 있는 2명의 딸을 등장시키며 여성의 적극적인 의사회무 참여를 독려했다.
송 후보는 "20대의 두 딸에게 항상 당당해라고 이야기한다. 여의사회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 여성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의사회원의 권리를 당당히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4년도 충남 천안에서 개업한 후 3년 동안 의사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갔더니 이사를 하라고 하더라"라며 "여성도 마찬가지다. 남녀를 떠나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정견발표가 끝난 후 여의사회는 5명의 후보에게 앞으로 얼마나 지원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현재 의협은 여의사회에 매년 약 16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의협 회장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소극적인 답변부터 파격적으로 1억5000여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각양각색의 답변이 나왔다.
송후빈 후보는 "5년 동안 예결산 위원회를 해봤는데, 예산을 의협 회장이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다. 의장, 운영위원회한테 물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지원금을 확대가 가능할 것 같지만 절차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답해줄 수가 없다. 변영우 의장이 알면 쫓겨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수흠 후보(기호 1번)도 같은 맥락에서 "의협 예산에 대한 결정권은 대의원회에 있다. 예산의 한도에서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추무진 후보(기호 2번)와 조인성 후보도 회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예산을 확대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추 후보는 장기적으로 여의사회가 의협 산하단체로 들어오는 방향을 제안했다.
그는 "오늘 가장 비싼 저녁을 먹은 것 같다. 여의사회가 협회 정식 산하단체로 들어오는 방법이 길게봐서는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며 "내부에 사단법인은 대한의학회가 있는데 예산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도 "여의사회 지원금을 회원수에 따라서 상향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액에 대해서는 당선된 뒤에 상향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할 것"이라며 "사회적 공익사업이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민 후보는 파격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회장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회장이 된다면 아예 다가오는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당선자 입장으로 강력하게 주장해서 매년 5000만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고, 내년 창립 60주년 행사에 1억원 지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