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인 폭행방지법 제정을 줄곧 받대해오던 환자단체가 한 발 물러서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적어도 의사에게 주먹까지 날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일부 조항을 수정해 함께 국회에 제출할 것을 제안한 것.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료중인 장소에서는 의료인만을 위한 의료인 특권법이 아닌 의료인과 환자 모두가 보호받는 진료실 안정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창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당한 소아과 전공의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공분하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일명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계류 중에 있다.
의료행위 중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하면 안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학영 의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박인숙 의원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법안에 명시했다.
환자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형법상 폭행 협박죄로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의료인 폭행을 가중 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해왔다.
또한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형량도 과도하게 높아 형벌 체계상 타 법률과 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도 제시했다.
그러나 의사가 폭행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자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법안 수정으로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폭행이 일어났을 때 가중처벌 대상을 환자와 보호자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병원직원 등 모든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행 협박이 대부분 충동적인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의사 불벌죄'를 인정해 화해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진료실 내 폭행 협박 대상이 의료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중증질환자의 경우 치료를 받을 때 보호자가 왜 이렇게 됐냐는 질문만 해도 '이렇게 하시면 더이상 치료를 못합니다'라는 협박성 발언이 돌아온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개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규제보다는 불신 줄이고 소통 확대 노력 같이하자"
환자단체연합은 국회에 법안 수정 의견 제시와 함께 의료계에는 공동 캠페인을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데 후보들이 의료인 폭행방지법 통과만 외치고 있는 게 당황스럽다. 폭행은 드물지만 의료진에게 협박을 당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환자 폭행사건은 막아야 한다.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려는 것보다는 불신을 줄이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앞으로 폭행ㆍ협박 없는 안전한 진료실 환경 만들기 일환으로 웃는 환자 안전한 진료실 캠페인, 칭찬 릴레이, 환자칭찬 카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문서, 웹툰, 영상콘테츠를 제작해 온라인 병원 등에 교육하고 홍보할 예정이다.
또 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감사하거나 감동받은 의료인 등을 칭찬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칭찬 카페를 열어 최고의 칭찬사연을 선별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