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 축소로 보장성은 확대될지 모르나 건강보험 재정은 정치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파이를 정해 놓고 나눠가지라는 식의 싸움에 의사들을 내몰고 있다."
서울대병원(원장 오병희) 주최로 지난 13일 대한의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병원의료정책포럼 참석한 교수들은 의료현실을 간과한 보건복지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이날 '보건의료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 주제 강연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 일반현황을 설명했다.
강의 내용은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보장성 확대와 환자안전법 개정 ▲응급의료체계 기능 개편 ▲일차의료 활성화(고혈압, 당뇨) 및 원격의료 시범사업 ▲의료서비스 글로벌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제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참석 교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국현 과장은 "경증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해외환자의 의료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가적 관계 때문에 외교부를 통해 협조를 구하고 있으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어도 손실은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해외환자 진료의 허점을 꼬집었다.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과장은 "전공의 기피 현상은 필수 진료과 저수가에 기인한다"며 "정해진 파이를 놓고 의사들 보고 알아서 나누라는 방임적 정부 정책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서경석 과장은 "정부가 의사들을 싸움에 내몰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외과 의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이 확대가 필요하다"며 보험 재정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창준 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상대가치 개편에서 총점 고정 원칙은 변함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필수의료가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수가 인상만으로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렵다, 의료서비스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올해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택진료제 축소에 따른 문제점도 강도 높게 제기됐다.
복지부는 현재 9900명의 선택진료 의사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3300명 미만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배은정 교수는 "선택진료제 폐지는 양날의 칼로 의료 질 추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과 서동훈 교수도 희귀난치성 소아환자 가정 파탄 사례를 제기하면서 "병원 문턱이 낮아지고 KTX 이용으로 의료자원이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어 지방병원은 위기의식을 느낀다"면서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영상의학과 이재영 교수(QA 실장)는 "선택진료제는 저수가 상태에서 병원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환자 선택권을 명분으로 보험 재정을 정부가 쥐고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험재정이 정치권 등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교수는 "복지부는 해외환자 유치 성과를 강조하는데 정해진 파이를 국가가 가져가서 나눠주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이창준 과장은 "의료전달체계는 오랫동안 고민한 것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쉽지 않다"면서 "희귀난치성 소아환자 문제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선택진료비가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한 것은 맞다. 의료 질 향상 수가 신설 등 병원이 손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고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아닌 의료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의료계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희중 진료부원장, 김석화 어린이병원장, 방문석 홍보실장, 이종구 대외정책실장 등 보직 교수와 의료진 3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