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20일 저녁 7시. 대한의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김완섭 선거관리위원장의 한마디에 의협 직원 40명의 개표요원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봉투를 가위로 자르고, 속 봉투를 꺼내서 투표용지를 기호 별로 분류한다.
이들이 열어야 할 우편함은 총 4통, 우편봉투는 7849개. 1인당 약 400개의 봉투를 열어야 한다.
우편 투표함 개표는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졌다. 투표용지를 자동으로 새는 기계가 고장이 나는가 하면 투표용지 숫자와 봉투 숫자가 맞지 않아 검토를 거듭 반복하는 과정에서 개표 시간은 지연됐다.
투표함을 열 때마다 임수흠·추무진·조인성 후보의 표가 엎치락뒤치락 하자 참관하고 있는 지지자들은 예상 결과를 분석하기에 분주했다.
투표용지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던 각 캠프 참관인들은 결과가 나오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보고했다.
작업이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어지자 김완섭 위원장은 "개표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선거위원 수당을 주겠다"며 개표 작업을 독려했다.
밤 10시 48분. 우편 투표함 개표가 모두 끝났다. 개표 요원들은 "드디어 끝났다"며 손뼉을 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우편 투표함 개표 결과는 임수흠 후보가 1위를 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임 후보와 3위인 조인성 후보와의 표차가 불과 261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온라인 투표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우편투표 결과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임 후보 지지자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온라인 투표 결과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라인 투표 결과는 관리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하나하나 입력되는 시간, 의협 회관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 화면에 쏠렸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실수로 잘못 입력하면 "아~"하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 투표 결과는 반전이었다. 2위였던 추무진 후보가 1위로 올라선 것. 표차는 2위로 내려앉은 임수흠 후보와의 표차는 66표에 불과했다.
2층 회장실에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추무진 후보.
당선 확정 소식을 들은 후 3층 회의실로 올라온 추무진 후보는 당선증을 받아들고 큰 절부터 했다.
그는 "회원과 의협을 위해 노력한 진심을 이해해 줘서 감사하다. 회원만 바라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 강한 의협으로 재탄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는 그의 당선을 축하해주기 위해 자리한 현재 상임 이사를 비롯해 그를 응원해준 선배 의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기쁨을 함께 했다.
밤 11시가 훌쩍 지난 시간, 한 달이 넘도록 이어졌던 의협 회장 선거 레이스는 추무진 후보의 재선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