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충남의사회가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회장의 직접 선출 안건을 비롯해 의장 불신임 조항 신설, 의장 및 부의장의 중임 제한 등 내부 개혁 방안을 총망라했지만 정작 손도 대지 못하고 다음 총회를 기약하게 됐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내부 개혁 방안을 자동 폐기한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26일 충남의사회는 천안세종웨딩홀에서 제66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신임 회장·의장 선출과 함께 회장·대의원 선출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는 계획이었다.
대전시의사회를 시작으로 전남, 부산도 '시도의사회장의 대의원 겸직 금지와 대의원 직선 선출 방안'을 통과시키며 올해 정기대의원총회의 키워드가 '직선제'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직선제 바람을 의식한 듯 이날 충남의사회는 회칙 개정안으로 회장의 직접 선출 안건을 비롯해 ▲대의원 직선제 ▲의장 불신임 조항 신설 ▲의장 및 부의장의 중임 제한 ▲중앙회 대의원과 회장 겸직 금지 등 내부 개혁 방안을 총 망라했다.
특히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후빈 충남의사회장 역시 내부 개혁 기조를 표명했던 만큼 충남의사회의 회장 직선제 통과 여부는 관심을 끄는 대목이었다.
직선제 바람은 미풍에 그쳤다. 김영완 의장은 부의 안건 상정에 앞서 의결 정족수를 확인했지만 미달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영완 의장은 "회칙 개정을 하려고 했지만 정족수에 미달했다"며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충남의사회 59명의 대의원 중 2/3가 참석해야 하지만 참석은 32명에 불과했다. 회장과 중앙대의원 직선제, 당연직대의원에서 회장을 빼는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직선제 바람이 미풍에 그친 반면 정족수 미달에 대한 후폭풍은 거셌다.
이주병 대의원은 "의결 정족수 미달에 대해 누구든 한마디 책임있는 사과가 없다"며 "이런 창피한 일이 발생했고, 대의원들은 왜 이자리에 모였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협도 개혁 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직선제를 논의조차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시총회를 하든 대안을 마련해서 개혁 바람에 충남도 따라 가야 하지 않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철신 대의원도 의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김영완 의장은 "사과하는 게 실질적인 실효는 없겠지만 의장으로서 안건 상정 불발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향후 임총을 개최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의원 직선제를 두고 의협 집행부와 의협 대의원회의 의견이 다르다는 비판론도 고조됐다.
한편 이날 박상문 총무이사와 김영완 의장이 단독 입후보로 각각 신임 회장과 의장으로 선출됐다.
박상문 신임 회장은 "무투표 당선인이지만 어떻게 회무 끌어갈지 대략의 방향을 결정했고 잘 마무리할 자신감도 있다"며 "시도의사회가 의료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닌 만큼, 중앙의 회무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회원에게 전달하는 반장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능력있는 이사진을 구성해 치열한 토론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심평원의 병폐를 따지기 보다 보험 이사진을 주축으로 실사 대책반, 사무장병원 척결 대책반을 구성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비 납부를 종용하지 않고 수익 사업으로 회무 건전화를 이뤄 회비를 내고 싶은 의사회를 만들겠다"며 "빅 5 환자 쏠림 현상을 성토하기 보다는 지역 거점병원과의 연계를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충남의사회는 세종시 할당 몫으로 의협에 당연직 중앙대의원 1명과 비례직 중앙대의원 1명을 배정해 줄 것, 의협을 행정수도인 세종시로 이전할 것을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정도로 총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