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신약물을 지배했던 세로토닌의 시대는 이미 완전히 저물고 있습니다. 이를 대신한 수많은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정부가 이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박원명 이사장(가톨릭의대)은 최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30주년 기념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신약물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항암제와 정신 약물이 신약 개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의학자들은 물론, 정부 또한 이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최근 수년간 나온 신약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항암제 혹은 정신약물이었다"며 "그만큼 정신약물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과거 신경생리학에 머물렀던 정신과도 정신약물학으로 흐름을 옮겨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정신약물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즉, 이미 선진국들은 우울증과 조현병 연구에 열을 올리는데서 나아가 효과가 검증된 신약을 적용하는데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에 막혀 적용조차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예로 미국 FDA 승인을 마친 멜라토닌 계열의 항우울제를 들었다.
노바티스와 세르비에,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중에는 FDA 승인을 마쳐 안정성을 보장받은 약물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비단 멜리토닌 항우울제만 아니라 NMDA 수용체 자극제나 케타민 같은 마약성 치료제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이미 충분한 의학적 근거도 갖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용효과성에만 치우쳐 급여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책이 의학 발전의 속도를 쫓아오지 못하면서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세로토닌의 시대가 이미 저물었지만 정부 정책은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 만큼 조금 더 신약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현병 신약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한달에 한번만 주사를 맞으면 증상을 잡을 수 있는 약이 개발되어 있지만 이 또한 보험 장벽에 막혀 환자들이 부담을 갖는다는 지적이다.
박원명 이사장은 "솔직히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 층이나 병원에 지속적으로 내원하기 힘든 노인층은 매일 약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한달에 한번의 주사로 조현병을 다스릴 수 있는데 가격이 10만원을 넘다 보니 다시 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우울증은 아예 산정특례에도 포함되지 못해 환자들이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가 의학 발전에 맞춰 속도를 내지 못하면 이같은 고통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