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신임평가센터(센터장 오병희)가 이달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에 나선다.
최근 이중 당직표, 편법 당직수당 지급 등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의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공의 특별법 추진 등 전방위적 압박에 따른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일 병원신임평가센터는 "지난 달 27일 열린 제2차 병원신임실행위원회에서 올해 6월 실시하는 병원신임평가에 앞서 서류평가 병원 6곳을 선정해 사전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7~8월에는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병협 홈페이지에 전공의 청원 창구를 마련해 수시로 전공의들의 민원을 받기로 했다.
전공의가 해당 병원이 수련환경 개선 위반 사항을 수시로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
또 수련병원 대상 설문조사 및 지도전문의·수련부장 간담회 등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우선 모니터링 첫번째 단계인 사전조사에서는 병원 규모별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무작위로 2개 병원을 선정해 모든 수련과목에 대해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에 대한 이행 여부를 조사한다.
특히 전공의 업무 강도가 높은 9개과(내과계; 내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 외과계; 외과·이비인후과·신경외과·정형외과, 지원계;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담도 병행한다.
이어 7∼8월 중 실시 예정인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병원별·과별·연차별로 최소 60% 이상의 전공의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설문 결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병원에 대해서는 수시로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병원신임평가센터의 계획을 두고 일각에선 최근 외부 압박에 따른 행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제3의 수련평가기구 신설을 거듭 주장하면서 병원신임평가센터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이어 전공의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되면서 병원신임평가센터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모니터링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무엇보다 병원신임평가센터 차원의 대대적인 모니터링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만약 진심으로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제재조치 계획도 제기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모니터링이 아니라 평가결과에 따른 제재조치라는 것이다.
그는 "병원신임평가센터는 과거에도 실태조사를 했고, 전공의 면담도 실시해왔다.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그에 따른 실효성"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수의 전공의가 신임평가위 면담에서 솔직한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이후 주임교수에게 혼나는 사례가 많다"며 "블라인드 면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병원신임평가센터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이전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다만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 개선안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 문제가 있는 병원은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의구심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