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 환자의 기도 확보를 제대로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학병원에 대해 약 26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성수)은 최근 목뼈 불안정성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은 후 회복 과정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서울 S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약 20년 동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를 받던 이 모 씨는 목 통증이 심해져 S대학병원을 찾았다. 목뼈인 환추-축추 불안정성 진단을 받고 이를 교정하고자 경추부 고정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수술 후에 일어났다. 수술 부위인 목 부분에는 통상적인 통증 외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 씨는 기침과 가래 배출을 계속했고, 수술 이틀 후부터는 오심과 구토도 호소했다. 의료진은 항생제 등 약물치료를 했지만 이 씨의 상태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수술 8일째부터는 호흡곤란과 함께 의식이 저하되는 모습까지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 기존보다 강력한 항생제를 처방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씨는 중환자실에서 기관내삽관을 한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을 하고 있었다. 공기가 새는 소리가 들리자 의료진은 삽관상태가 불량하다고 판단해 재삽관을 시도했다.
2번에 걸쳐서 재삽관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이런 상황에서 이 씨의 산소포화도는 계속 떨어졌고 결국 사망했다.
유족은 의료진이 폐렴 발병, 진단, 처치에 관한 과실이 있고 기도 유지에 관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기도 유지 과정에서 S대병원 의료진의 대응이 미숙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도 유지는 생명유지의 필수조건이다. 환자가 호흡곤란을 겪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기도 유지 실패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유사시 필요한 처치를 할 준비 및 실행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삽관상태 불량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재삽관을 모두 실패하고 기도폐색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이나 윤상갑상막절제술을 통한 우회 기도 확보를 신속하게 강구, 시도하지 않은 채 엠부백에만 의존했다.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데는 의료진의 기도확보 조치 실패 및 그 과정에서 판단 및 술기 부족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