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해당 병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27일 모든 요양병원의 스프링클러 설비 등을 소급 적용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설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 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발생한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 사건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화재안전 대책을 공표하자 요양병원들은 과도한 비용, 요양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개정안은 기존 요양병원 소방시설 소급설치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요양병원 면적과 관계없이 스프링클러설비(또는 간이스프링클러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정신병원과 의료재활시설은 법 적용에서 제외한다.
요양병원 신축과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및 용도변경 또는 대수선 허가·협의 및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요양병원부터 적용한다.
이미 건축이 완료된 요양병원의 경우, 2018년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설비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조치 등 벌칙을 부여했다.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설비 소급적용은 복지부와 협의를 마친 사항"이라면서 "사회복지시설인 요양원과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은 다르기 때문에 설비 지원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양병원 모든 면적이 600제곱미터(약 200평) 이하이거나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경우, 간이스프링클러로 대체할 수 있다"며 "장성 화재사건 이후 안전사각지대인 요양병원의 문제점이 부각된 만큼 문제제기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개정안 소식을 접한 요양병원은 혼란에 휩싸였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해선 병원 당 최소 1억 원 이상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전남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는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천장을 다 뜯어내야 하는데 공사기간 동안 입원환자는 어쩌란 말이냐"면서 "상가 임대 병원들은 예산 문제를 떠나 공사할 엄두도 못 낸다"고 우려했다.
다른 지역 요양병원 원장도 "장성화재 사건의 본질은 열악한 수가에 따른 근무자와 간병인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본말이 전도된 요양병원 죽이기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노인요양병원협회는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 임원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화재는 진압하겠지만 거동할 수 없는 노인환자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간호사 2~4명이 60명 넘는 노인환자를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시범사업 없는 설치 의무화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효과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전국 1300여개 요양병원이 최소 2천 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안전처는 오는 5월 6일까지 개정안 의견수렴을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