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는 교과부 장관 면담 요청과 전면 파업 예고 등 정부의 국립대병원 평가기준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병원의 공장화, 공공의료 포기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개선과 교육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잣대인 전 직원 수익 평가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박경득 분회장(임상병리사)은 하반기 시행 예정인 의사를 포함한 전 직원 수익평가 문제점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박경득 분회장은 "서울대병원 경영진은 전 직원 서명을 받아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오는 7월부터 수익평가와 성과급 전면 확대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라면서 "교육부 경영평가에 따른 노사 단체협약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현황을 설명했다.
박 분회장은 성과급 지급기준을 나열하면서 "서울대병원 간판 아래 자영업자 교수들이 모인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경영진은 지난해 4개월(8월~12월) 비상경영을 통해 총 162억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발표했다. 저질 의료로 번 돈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카드로 뿌렸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서울대병원 의사 성과급 기준은 ▲신환 및 타과 초진 선택진찰료 100% ▲재진 선택진찰료 50% ▲공휴일, 토요일 및 야간근무 선택진료수입 30% ▲수술, 처치, 검사 및 기타 항목 9.5% 등이다.
박경득 분회장은 이어 성과급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낮에 MRI 찍는 입원환자는 없다' '초진환자는 무조건 예약 잡아줘라' '같은 수술도 로봇수술로 하게 하면 성과급이 올라 간다' 등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분회장은 "직원들이 폭로하지 못하는 것은 임금인상 보다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노조는 성과급 필요 없다.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 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 남은경 팀장도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한계에 봉착했다. 보장성을 강화하나 수익성 중심 진단과 성과급제 도입은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수익평가 지표 삭제 등 개선방안을 피력했지만 병원 노조의 우려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류재승 창조행정과장은 "얼마 전 국립대병원장 회의에서 경영평가 기준에서 수익성 지표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대신, 복지부의 인증평가와 신임평가, 응급의료평가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류 과장은 "내년에는 올해 평가결과와 의견수렴을 토대로 불편하지 않은 평가지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경득 분회장은 "서울대병원 경영진은 경영평가를 위해 전 직원 성과급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에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지시가 아니라면 병원 집행부에 알려달라"고 교육부를 압박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현정희 지부장은 "교육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 교육부 장관 면담 요청을 했다. 파업을 준비 중이다"라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교육부의 수익성 지표 삭제는 고유목적기금을 제외한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게 병원 노조의 판단이다.
류재승 과장은 "국립대병원 방만 경영은 타 부서 소관이다. 관련부서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부 대학정책과 신문규 과장은 "의원실 협조 요청으로 참석했다. 토론자도 아닌 제가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기재부 지시에 따르는 부처 입장은 이해하지만, 복지부는 기재부 보건복지과, 교육부도 기재부 교육과에 불과하다"며 기재부 눈치보기식 중앙부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사회적 공공재인 병원을 수익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돈 벌라는 얘기"라면서 "복지부와 교육부가 제동을 걸러 공공의료 말살 정책을 차단해야 한다. 이를 방관하면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오성일 사무관은 "기재부의 성과평가와 교육부 경영평가와 관련, 복지부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국립대병원의 공공의료 계획과 시행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와 교육부의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잣대인 수익평가가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투쟁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