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료 발생 시 어떻게 민간 의사들의 지휘를 받느냐는 공무원들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안명옥) 주관으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재난의료체계 구축 토론회'(주최: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 참석 연자들은 재난의료 위기상황에 대비한 민간 의료기관 권한 강화와 지원책 마련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월호 사태 1주기를 맞아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노란리본을 부착한 상태로 국가재난의료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안전처 하석곤 119구급과장은 "세월호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많은 자원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부처 간, 인력 간 신뢰다"라면서 "고유기능과 법 기능이 상이한 인력이 융합해서 해결하는 게 재난의료의 첫 시작"이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NMC가 외상과 중앙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고 전하고 "권역응급센터를 20개소에서 최대 41개소로 확대해도 1시간 내 도달하지 못하는 의료 취약지는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재난 발생 시 응급의료법에 의해 지자체와 민간의료기관 동원이 가능하다. 불응하면 처벌도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NMC는 재난의료 컨트롤타워로 능력과 자격을 갖췄다"며 NMC 중심의 재난의료체계 재편 의지를 내비쳤다.
권준욱 정책관은 "(NMC에)필요한 수가와 인력, 예산 등 모든 지원책을 총동원해 잘 가동되도록 하겠다"면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보건소, 군의관, 공보의 및 민간 의료인 등 유사시 원활히 돌아가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복지부와 시각차를 보였다.
순천향의대 박윤형 교수(예방의학과)는 "국가 재난의료 시스템은 취약하다. 권역응급센터를 확대해도 센터 자체 의료진이 투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재난의료에 대비해 공보의를 권역응급센터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응급의학전문의에게 국가적 임무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며 "중앙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센터 의료진의 '반관반민'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과장을 역임한 그는 특히 "재난의료 발생 시 권역응급센터장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해 민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무원이 어떻게 민간인(의사) 지휘를 받느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난의학회 왕순주 회장도 민간의료 지원책을 주문했다.
왕순주 회장은 "재난의료의 문제점은 국민들이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것"이라면서 "의료자원의 90%가 민간의료다. 명령과 조정이 아닌 코디네이션과 조정으로 컨트롤타워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민간의료 자원 투입을 위해선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내 재난대비 예산은 많지만 대부분 댐 건설 등 인프라 위주로 재난의료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꼬집었다.
안명옥 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오늘 토론회는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NMC의 솔선수범을 다짐하는 보고회"라면서 "세월호 1주기, 아직 모든 것이 극복되지 않았다. NMC가 재난의료 중심에 서겠다. 함께 공감하고 공유해 달라"며 의료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은 토론회 식전 행사를 통해 재난의료에 대비한 '위기대응단' 발대식을 갖고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