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신임평가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수련평가 항목에 지도 전문의 평가를 추가했지만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도제식 교육 문화가 뿌리깊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교수를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신임평가센터 측도 얼마 전 병원신임평가 설명회에서 "전문의 평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평가 지침을 구비하고 있는 지 혹은 실시여부 등을 확인할 것"이라며 면회부를 주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신임평가센터 관계자는 "전문의 평가는 각 병원별로 가능한 선에서 실시하면 된다"며 "센터가 제시한 평가요소는 참고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신임평가센터가 이날 제시한 전문의 평가 요소는 ▲의료 윤리적 및 도덕적 행동 실천 ▲전공의 교육에 대한 관심 ▲전공의 교육 능력(진료 및 의료행위 과정, 수술기법 교육 능력, 연구기법 교육 능력) ▲전공의에 대한 동기부여 능력 ▲자문의 접근성 ▲자문에 대한 수용성 및 태도 ▲의학적 지식 ▲학술 및 연구활동 ▲교육수련 프로그램 의무 이행 정도 ▲교육수련 프로그램에 미치는 중요도 등을 10가지 항목이다.
"전공의 익명성 불가능…누가 솔직히 평가하나"
의과대학에서도 교수 평가를 하는 마당에 왜 전문의 평가는 어려운 것일까.
문제는 의과대학과 달리 수련과정에서 교수평가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전히 도제식 교육을 고수하는 수련시스템에서 제자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고 스승을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의과대학 한 교수당 수업에 참여하는 의과대학생은 적어도 수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에 달하지만, 수련병원 한 전공과목에 연차별 전공의는 한두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누가 어떤 평가를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구조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한 전공의는 "현재 병원신임평가 때 마다 전공의들에게 익명성을 보장해줄테니 어려움을 얘기하라고 해서 믿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느새 교수에게 한소리 듣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획기적인 평가 툴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솔직한 평가는 어려울 것"이라며 "평가에 나서려는 전공의 또한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수들 "수련에 대한 보상도 없이 평가 한다고?"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되는 임상교수들의 저항도 걸림돌 중 하나다. 실제로 전문의 평가에 대해 교수들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난색을 표했다.
모 대학병원 교수(성형외과)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보상도 전혀 없는데 평가만 한다면 어떤 교수가 찬성하겠느냐"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교수(내과)는 "임상교수는 외래 및 병동에 환자를 진료하는 것 이외에도 연구성과를 내야한다. 수련까지 챙길 겨를이 없다는 게 솔직한 얘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현실적으로 수련에 집중할 수 없으니 차라리 수련을 전담할 인적 자원 개발을 고민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모 교수(흉부외과)는 역효과를 우려했다. 일부 교수는 전공의 인기에 영합해 정작 환자 진료 및 연구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평가를 통해 사제지간의 관계를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젊은 의사들은 스승을 우숩게 보는 경향이 짙은데 전문의 평가까지 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껏 잘 지내던 관계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개선 일환으로 부각된 전문의 평가 카드는 도제식 교육을 근간으로 한 수련시스템의 한계로 3년째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