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제약사에서 승진을 하기 위한 요건으로는 근속연수와 업무능력, 인사고과 등이 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 중 일부는 승진시험을 보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동아쏘시오그룹이 대표적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비롯해 동아제약과 동아ST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임에서 대리 진급에 한해 시험에 통과해야만 승진을 할 수 있다.
시험은 생산 제품과 회사의 전반적 이해를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특이하게 한자 능력도 포함돼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외에도 국내 제약사 중 일부 기업에서도 승진시험을 실시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한자를 평가하는 곳은 동아가 유일하다.
동아ST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 중에서도 제품시험이나 회사 이해도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는 곳은 있지만 한자시험은 동아가 유일하다"며 "한자의 경우 신입사원 면접 때부터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다. 특히 동아의 경우 공문이나 공지에 한자를 많이 쓰는 편이다. 의미를 넓고 깊게 알 수 있어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임에서 대리로 승진할 때만 시험을 치는 이유는 짧은 근속년수에 대한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주임은 대리에 비해 근속연수가 짧다보니 실질적으로 업무 수행능력 등의 퍼포먼스를 비롯해 역량 평가를 객관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진급시험은 객관화, 수치화가 되다보니 평균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리 승진시험은 직원 역량강화와 소속감 고취 효과가 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진급시험을 실시하는 목적은 기본 역량 강화와 회사 소속감 고취 및 이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제약사는 제조업종이기 때문에 주임 업무만 하다보면 신제품을 포함해 어떤 제품이 리뉴얼되고 늘어나는지 정확히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런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전반적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직원의 역량도 강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가적으로 선후배 간의 정도 두터워진다"며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어떤 식으로 문제가 제출되는지 등을 묻게 되면서 시험 자체가 자연히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험 결과도 중요하지만 준비 과정 자체에서 얻는 것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동아 관계자는 "대리는 주임에 비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입사 후 곧바로 퍼포먼스를 내기란 경력직이 아니고선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이런 점에서 시험 준비 과정은 실제 업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경험에 비쳐볼 때 입사 후 마케팅 업무를 할 때는 회사의 모든 제품에 대해 잘 몰랐다. 실제로 약국 등을 방문했을 때 우리 회사 제품이 이렇게 많았구나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험 준비과정에서 제품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리 승진시험도 시험인만큼 탈락하는 이도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진급시험에 떨어지는 직원들도 있다. 이 경우 다음 연차에 재시험을 봐야 한다"며 "그러나 시험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없다. 분명히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모두 열심히 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