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허리 통증으로 전라남도 여수 A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B씨. B씨가 받은 수술은 제5요추 후궁 절제술과 제5요추, 제1천추 간 척추경 나사못 이용 기기고정 후외방유합술이다.
수술 열흘 후 B씨는 우측 하체가 심하게 저리고 아파서 C정형외과의원을 찾았고, 우측 근육이 약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7개월 동안 물리치료 및 약물 치료를 계속 받았다.
수술 후 2년이 훌쩍 지난 2009년 5월. B씨는 C재활의학과의원을 찾아 근전도 검사를 했다. 양측 제5요추 신경근 병증, 탈신경전위 등급 3급(grade 3) 이상, 운동단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중증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B씨는 제5요추 신경근 지배를 받는 양측 하체 근육에서 신경 손상을 시사하는 비정상 자발 전위가 관찰되고 있으며 보행장애, 통증 및 감각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B씨는 처음부터 수술이 잘못됐던 것이라며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3가지를 주장했다. 우선, A병원 측이 수술을 하면서 불완전 감압 및 불완전 정복을 한 수술 상 과실로 하반신 신경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B씨는 "A병원이 수술 후 영상학적 검사 결과를 잘못 판독해 신경공의 불완전 감압을 진단하지 못하고 신경 감압을 위한 재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등 경과 관찰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A병원 측이 수술 전에 수술로 인한 신경 손상 및 하지 마비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더했다.
약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송과 항소, 상고, 그리고 파기환송 끝에 A병원이 이겼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B씨의 첫 번째 주장인 '수술상 과실 여부'.
"수술 전에는 감각 기능 등이 모두 정상이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후유증이 생겼다"라는 견해와 "수술 직후에는 신경 손상이 없었다"는 판결이 엇갈렸다.
A병원 측은 "수술 직후에는 B씨가 하지 마비 등 신경 이상 증세를 호소한 바가 없다. 수술 과정에서 수술 기구의 과도한 조작이나 나사못에 의한 신경 손상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저술한 정형외과학 교과서와 캠벨(CAMPBELL's Operative Orthopaedics)도 등장했다.
A병원 측은 교과서만 봐도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총 4번의 재판 중 단 한 번. 2심에서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2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김용석)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A병원이 B씨에게 3855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2심 판결문을 보면 "수술 전에는 B씨의 하지 근력 및 감각기능이 모두 정상이었다. 수술 열흘 후부터 나타나는 우측 하지 통증 및 근육 약화 증세는 수술 후 새롭게 나타난 증상"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수술 후 CT 및 X선 검사 결과를 보면 수술 부위에 신경공 협착증이 남아있다. A병원이 수술이 직접적인 신경 손상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주의를 게으리 해 불완전한 감압 및 정복을 하는 데 그쳐 수술 후 서서히 신경이 압박되게 한 잘못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신)와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9민사부(재판장 이대경) 등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재판부는 "A병원이 시행한 수술은 B씨와 같은 증상에서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수술 방법이다. 영상 검사 결과나 수술 후 사진을 보면 수술 당시나 직후 B씨에게 신경 손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병원이 정복술을 배제한 채 감압을 위해 수술을 시행한 것에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협착 부위 감압을 위해 시행한 수술임에도 충분한 감압이 이뤄지지 않아 신경공 협착증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증세가 일부 잔존하게 됐다는 결과만으로 A병원의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