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 올림푸스·펜탁스 내시경 장비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CMEF Spring 2015에서 만난 중국 내시경 로컬업체 ‘AOHUA’ 해외영업마케팅부 마쇼둥 마케팅 매니저는 자신만만했다.
중국이 의료기기 ‘대국’을 넘어 ‘강국’에 진입했지만 올림푸스·펜탁스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내시경시장을 바라보는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 업체의 무의미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아니면 올림푸스·펜탁스 장비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그 특별한 뭔가가 있는지 궁금했다.
“2~3년 내 중국서 ‘펜탁스·후지’ 추월 자신”
CMEF Spring 2015에서 상해(Shanghai)에 본사를 둔 AOHUA는 각종 전자내시경장비를 출품했다.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97년 fibre optic형 내시경을 개발한데 이어 2003년 첫 전자위내시경을 출시했다.
또 2008년 중국 북경대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 기술개발을 통해 내시경 화소(pixel)를 한층 높였고, 2011년부터 대규모 외부투자도 유치했다.
AOHUA 부스에서 만난 마쇼둥 마케팅 매니저는 “2008년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를 비롯해 중국 내시경 로컬업체들은 낮은 기술력에 집중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OHUA는 2008년 북경대와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기술적으로 많은 제품 업그레이드를 했고, 2011년부터 대규모 외부투자를 유치해 연구개발·마케팅 매니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내시경시장은 한국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거의 유사하다.
한국은 올림푸스·펜탁스가 각각 75%·25%의 시장점유율을, 중국의 경우 올림푸스 70%·나머지 30% 시장을 펜탁스·후지 외에 약 20개 중국 로컬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이중 AOHUA는 30% 시장 중 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만 놓고 봤을 때 점유율 65%에 해당하는 수치.
마쇼둥 매니저는 “중국 내시경시장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림푸스가 독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OHUA는 대규모 연구개발과 마케팅 투자를 통해 펜탁스·후지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줄여 나가고 있다”며 “2~3년 이내 두 회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의료기기의 장점인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OHUA 내시경은 현재 ▲ISO 13485 ▲ISO 9001 ▲CE 인증을 획득한 상태.
특히 지난해부터 추진한 미국 FDA 인증과 한국 KFDA 인허가도 진행 중이다.
마쇼둥 매니저는 “AOHUA는 중동·아프리카·아시아·남미·러시아 등 전 세계 65개국에 전자내시경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시장에도 진출했지만 미국의 경우 동물용 내시경으로, 유럽은 서유럽을 제외한 동유럽·남유럽에만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FDA 인증이 없다보니 선진국을 제외한 CE 마크만으로 진출이 용이한 시장만을 공략해온 한계성이 드러나는 대목.
아니나 다를까. 이 또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미국·서유럽에 진출하지 못한) 이런 상황은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말 독일·러시아·인도에 연이어 해외지사를 설립했다. 서유럽시장은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그동안 시장공략에 적합한 내시경 모델이 없었지만 신제품 ‘AQ200’ 출시를 계기로 진출이 가능해졌다는 첨언이다.
“미국시장 겨냥 하이엔드급 내시경 신제품 출시”
AOHUA는 CMEF Spring 2015에서 미국시장을 겨냥한 하이엔드급 내시경 신제품 ‘AQ200’을 선보였다.
내년을 목표로 FDA 인증을 획득하면 AQ200을 내세워 미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마쇼둥 매니저에 따르면, AQ200은 4가지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1080만 화소의 Full HD 영상을 제공한다.
1080만 화소는 내시경 화소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림푸스·펜탁스 역시 같은 동급 내시경을 만들고 있지만 중국 업체 중에선 AOHUA가 유일하다는 게 그의 설명.
또 AQ200 핵심기술 중 하나인 ‘LCE’(Laser Communication Endoscope)는 데이터 원리로 신호를 전송하는 것으로 더 편리하고 정확한 신호처리가 가능하다.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해 장비를 작동시킬 수 있는 Wireless Power Supply Technology는 펜탁스 내시경에는 찾아볼 수 없는 기능.
특히 ‘CBI+’는 AOHUA가 자신 있게 내세운 강점으로 중국 로컬업체 내시경 중 유일하게 탑재하고 있다.
이 기능은 올림푸스의 ‘NBI’(협대역 영상 내시경)·‘AFI’(자가형광 관찰장치)와 펜탁스 ‘아이스캔’(i-scan)과 유사하다.
덧붙이자면 특수파장으로 불리는 NBI는 빛의 파장을 조절해 위와 대장의 점막 상태는 물론이고 조직 표면 아래 혈관조직까지 관찰할 수 있어 소화기질환의 정밀한 진단을 가능케 한다.
또 아이스캔은 몸속 세포기관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 변환을 구현한 기술이다.
“한국은 중요 거점시장…대리점 계약 진행 내년 진출”
마쇼둥 마케팅 매니저는 한국시장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한국시장만의 몇 가지 특징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 거점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규제가 까다롭고 의료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추후 일본시장 진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영업마케팅이 수월하고, 양국을 찾는 유학생들이 많아 인력 채용도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 또한 이미 시작했다.
AOHUA는 한국 현지대리점 2곳과 장비 공급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마쇼둥 매니저는 “내년은 한국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아 공격적인 영업마케팅보다는 시장상황을 파악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일단 3년 전 출시한 미들레인지급 내시경 장비 ‘AQ100’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상황이 괜찮으면 제품을 더욱 세분화하고 현지대리점을 늘려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라며 “조만간 한국 KIMES(국제의료기기 및 병원설비전시회)에서 AOHUA 내시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에 진출하는 AOHUA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은 가능할까.
올림푸스·펜탁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의사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솔직히 의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마쇼둥 매니저에게 설명한 뒤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물었다.
역시나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중국 의료기기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발전했고,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또한 급성장했다”며 “새로운 시장개척은 당연히 어렵지만 한국시장을 잡을 충분한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부스를 떠나는 기자에게 AOHUA 마쇼둥 마케팅 매니저는 의미심장한 마지막 코멘트를 남겼다.
“우리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 올림푸스·펜탁스 내시경 장비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