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1천명 이상의 일반인을 접촉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 "확실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전문가 단체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대한의사협회가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시급성을 요하는 문제를 다루다 보니 해당 의사 회원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정식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9일 추무진 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최근 메르스 관련 신종감염병 대응 TFT의 기자 브리핑에서 나왔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점을 해당 회원과 회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4일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대형병원 메르스 확진 의사(35번 환자)가 대형 행사에 참석해 일반인을 접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추무진 의협 회장 역시 5일 기자회견을 자처, "서울시가 발표한 확진 의사와 관련해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지만 1천명 이상의 일반인 접촉이 일어난 부분 등 확실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전문가 단체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거론된 해당 의사가 서울시의 주장 100% 거짓이라고 반박했다는 점.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나 의협 모두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마녀사냥'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역풍을 맞은 박원순 시장은 8일 서울시-서울시의사회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통해 "35번 환자 역시 최전선에서 진료하던 의료진이었는데 의도와 달리 메르스 전염이 의사 부주의 탓이란 오해가 야기됐을 수 있다"며 "당사자와 의료진에게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에 추무진 의협 회장도 유감을 표명했다.
추 회장은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사실 관계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사안의 시급성만 따지다 보니 정작 협회가 보호해야 할 회원의 권익에 대해서는 생각이 짧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의 '송구스럽다'는 발언 때문에 해당 회원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충분히 미뤄 짐작한다"며 "의도치 않게 최일선에서 메르스 진료를 담당하고 의료진들의 사기를 꺾는 사태를 만든 것은 깊게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협의 기자회견을 주도한 신종감염병 대응 TFT 관계자 역시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해당 의사에게 진위를 묻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의협이 나서서 조사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인데 사태가 커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추무진 회장은 "사태가 커진 이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원들의 정서 악화와 사기 저하, 해당 회원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며 "의협도 실수한 부분을 깨끗이 인정한 만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