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플루 대란 당시에도 반짝 관심을 모았지만 흐지부지된 격리병상 확대 방안. 이번에는 현실화 할 수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현재 격리병상의 실상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상> 메르스 확진환자 어디서 치료할 것인가 하> 한국에 음압시설 갖춘 격리병실이 부족한 이유
"단순 경제논리로는 음압시설 갖춘 격리병동은 문을 닫는게 정답이다."
모 지방의료원장의 한마디는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상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 1인실 보다 낮은 수가…한계 부딪쳐"
도대체 음압병상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돈이 많이드는 것일까.
음압병상이란, 병실 내 기압차를 이용해 병실의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설계한 병실로 내성결핵환자 등 전염력이 높은 환자가 주로 사용한다.
의료기관 음압격리 시설 전문 업체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국가지정격리병원 대부분이 설치한 음압병상 시설 구축 비용은 약 5천만원~1억원 수준.
상세히 살펴보면 1인실 기준 음압시설을 구축하는데 약 4천만이 필요하고 감염 관리를 위해 별도의 통로 및 별도의 기자재를 갖추는 비용까지 합치면 5천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격리병상 외부로 이어지는 공간에 전실을 설치해 바이러스 및 병원균을 한번 더 차단하는 등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갖추면 병상 하나를 만드는데 1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게 되는 것이다.
시설만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음압시설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관리비와 인건비 등이 또 다른 부담인 셈이다.
병·의원 격리병상 음압시설 관련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비용상의 문제로 정부 지원을 받지않는 민간 의료기관이 음압시설을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음압 격리병실 비용을 1인실과 비교하면 의료기관이 음압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1인실 비용은 41만원이며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약 44만원으로 대부분 40만원이 넘는다.
반면 수천만~1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한 음압 격리병실 수가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인실 32만원, 다인실 12만원에 그치고 종합병원의 경우 음압격리병상 1인실은 18만원, 다인실은 9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는 최근 복지부가 상급병실료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의료기관 손실 보존 대책으로 격리병상에 대한 수가 가산안을 추진하면서 크게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음압시설 여부와 무관하게 격리병상 수가는 단일수가로 상급종합병원 8만3000원, 종합병원 7만6000원으로 터무니 없이 낮았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시설 장비를 투자해도 격리병상을 위한 별동의 통로를 마련해도 수가는 10만원이 채 안되니 의료기관 입장에선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모 국공립병원장은 "민간 의료기관에서 음압 시설을 갖춘 병상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격리병상 효율적 운영 해답은 '선택과 집중'
그렇다면 수가를 인상해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당장 의료기관에격리병상을 늘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닥쳤을 땐 혼란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최선책으로 공공병원으로 집중화 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 국립재활원장을 지낸 서울대병원 방문석 대외협력실장(재활의학과)은 "메르스는 호흡기 전염병이라 음압시설로 격리가 가능하지만 에볼라 수준의 전염병이 퍼질 경우 음압시설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볼라의 경우 환자의 모든 분비물, 심지어 배설물까지도 별도 정화장치를 거친 후에 내보내야 하는데 일반 의료기관에서 이 같은 시설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전문적인 시설을 갖춘 별도의 병원에서 전염병 치료에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전염병이 확산됐을 때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 실장은 "물론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시 국가적 혼란을 막으려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며 이는 건보재정이 아닌 국가 재정에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은 "음압격리병상을 보유한 2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메르스 환자가 오면 즉시 음압격리병실 입원과 치료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곳은 6개 병원(28.5%)에 불과한 게 의료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격리병상에 투입할 의료인력은 물론 간호인력도 부족하며 신종감염병 감염관리 교육 및 훈련을 받은 의료기관은 더욱 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지적.
그는 "정부는 공공병원을 민간병원과 경쟁구도를 만들어 경영효율화를 내세울 게 아니라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