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은 끝은 어디일까.
14일 일선 대학병원에 따르면 메르스 전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작 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가 치료시기를 늦추고 있다.
서울의 A대형 대학병원 핼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진료를 연기했다"며 "신종플루 때에도 암 환자들이 치료를 미루는 일은 없었는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성림프종 환자의 경우 시급히 항암제 투여를 통해 암 덩어리를 없애야 하는데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때 치료를 못받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심지어 입원해 치료받아야 할 환자까지 병원 내 있는 것을 거부해 결국 퇴원한 사례도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의 상당수가 의료기관 내 감염인 만큼 원내에 머무는 것을 극구 꺼려 퇴원한 것.
최근 17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얼마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환자인데 늑막에 물이 차는 증상을 보여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며 "평소 같으면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겠지만 혹시나 싶어 다른 병원을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중소병원급에서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거쳐간 병원 명단에 오른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들의 진료 기피현상 또한 만만치 않다.
한 중소병원장은 "해당병원은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환자들은 진료는 안 받고 약 처방만 요구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최근 외래 진료 중 예약 수술을 잡는 경우 이번 달에 수술이 가능해도 한두달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대학병원 교수는 "국민들이 심리적 재난상태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혹시라도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찾는 것을 늦추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 사태가 하루 빨리 수습되길 바랄 뿐"이라며 "신종 전염병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지금의 혼란이 반복되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