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고 흉통이 있으며 기침이 난다는 환자가 세종시 킹세종이비인후과의원을 내원했다. 결정적으로 이 환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건양대병원을 다녀왔다는 것.
환자 스스로도 증상이 의심스러워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가보라"는 것이었다.
장선호 원장의 머릿속은 바빠졌다.
그는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를 대학병원을 보내면 해당 대학병원은 격리병원이 된다. 그 사이 환자가 다니면서 퍼뜨리고 다닐 위험도 있다. 그냥 우리 의원에서 환자를 자가 격리 시키고 검사를 하면 메르스 확산 범위가 최소화되겠다"고 생각했다.
장 원장은 보건소에 연락해 메르스 의심 환자 검사를 직접 진행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하지만 장선호 원장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메르스 의심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진'을 선택한 것.
그리고 의원을 소독하고 메르스 예방을 위해 직원에게 비타민 D와 B2 주사를 접종했다.
"이틀의 시간이 2년으로 느껴질 만큼 마음이 답답했다. 전염병은 기본 원칙이 철저한 차단, 방역이다. 그렇지 않으면 잡기가 쉽지 않다."
그가 휴진이라는 결심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과 평소 바이러스에 대해 갖고 있던 관심이 크게 작용했다.
허술한 정부 정보와 방역…"삼성서울병원 문 닫았어야"
장 원장은 개원가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험한 일을 토대로 작심하고 정부의 허술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철저한 방역을 주장했다.
그는 "보건소도 메르스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의원들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면 안 된다. 핫라인이 있는 이유가 그건데 의원으로 가보라는 소극적 대응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은 철저하게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는 철저한 방역을 해야 한다. 국내 최고라고 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다. 그럼 삼성서울병원도 문을 닫았어야 한다.(실제 삼성서울병원은 13일 외래와 수술방을 부분 폐쇄했다) 그게 방역이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가 킹세종이비인후과의원을 찾아온 날은 지난 9일. 이 환자는 지난달 29일 건양대병원에 있었다.
장 원장은 "정부가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한 자료에는 메르스 확진 날짜만 적혀 있었다. 건양대병원은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환자는 29일에 그 병원에 있었다고 하니 혼란이 생겼다. 알고 보니 병원의 메르스 바이러스 노출 기간이 지난달 28~30일이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 날짜와 환자 발생 날짜는 다르다. 하루 이틀 차이 때문에 병의원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 명단 등 구체적인 정보는 처음부터 공개하고 일선 병의원에는 알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이번 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사태를 총괄할 국무총리가 없다. 대한의사협회도 보이지 않는다. 총리는 부처 간 조율을 빨리해야 하고, 의협은 지역의사회를 동원해 병의원과의 정보 공유를 맡아줘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총괄 지휘 자리가 모두 펑크 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