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정부가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를 위해 추경예산 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중소병원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포괄간호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면 중소병원은 더욱 심각한 간호인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호등급제 시행으로 간호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포괄간호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중소병원은 회생 불가능 상태에 빠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병원 혹은 지방의 공공병원 상당수가 포괄간호서비스를 실시하면 그나마 중소병원에 있는 간호사마저도 이동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중소병원들의 우려다.
앞서 정부가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수가 35%인상해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에도 중병협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어 홍 회장은 메르스 사태 수습을 위해 실시한 복지부 문형표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유휴간호사를 현장으로 끌어들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홍 회장은 "정부는 유휴간호사 활용을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그들이 다시 현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면서 "설령 나온다고 해도 낮 시간대에 파트타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병원이 필요한 인력은 야간 혹은 당직을 설 수 있는 간호사인데 유휴 간호사 상당수는 데이타임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간호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병협이 파악한 간호사 수 현황에 따르면 2010년 유휴 간호사 수(활동인원 대비)는 2010년 15만 9천여명에서 2011년 16만 3천여명, 2012년 17만 4천여명, 2013년 17만 3천여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별 간호사 수 격차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10년~2013년까지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한명이 전담하는 병상 수는 한개 병상에 불과하지만 병원급은 간호사 한명 당 5~6개 병상을 맡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간호등급 1~3등급에 포진해 있는가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76%는 6등급 이하인 실정.
이에 대해 홍정용 회장은 "지금도 간호사가 부족해 병동을 닫는 게 현실"이라며 "인력수급 대책도 없이 포괄간호서비스까지 시행하는 것은 중소병원은 운영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