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논의에 공감대를 형성해 주목된다.
의사협회 추문진 회장은 29일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방문해 '국가 감염병 예방관리선진화 중장기계획 추진' 건의안을 전달했다.
이날 추무진 회장은 "메르스 대책본부가 중심을 잡아 지휘를 잘해 메르스가 빨리 종식됐다. 국민들도 복지부 노고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의협과 대한의학회에서 감염관리 개선방안 제안서를 만들었다"고 운을 띄었다.
추무진 회장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이 2500억원으로 책정됐다. 심의과정에서 의료계 입장과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전하고 "의정 합의가 다시 재개됐으면 한다. 회원들에게 권익이 돌아가도록 논의하자"고 제언했다.
이에 권덕철 실장은 "의료계도 감염 우려가 있었지만 환자 치료와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당초 예상보다 메르스가 빨리 진정됐다"면서 "의협과 의학회에서 감염병 선진화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준 것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권 실장은 이어 "의료계는 손실보상을 위한 충분한 추경 확보가 안됐다고 볼 수도 있다, 직접피해와 간접피해, 일반적 피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기준을 만들어 직간접 손실이 보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덕철 실장은 "의정 합의는 원격의료로 인해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하면서 타협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중요한 것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중소병원과 일차의료기관 역할 개선 등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의정 합의 재개와 관련, "단기간 내 개선은 어렵겠지만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의협이 의료계 중심이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해 협력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화 재개에 긍정적 입장을 표했다.
권 실장은 "의정 합의 사안 중 현재 진행 중인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기가 되면 안 되는 부분도 (논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건의안은 ▲선진국형 의료전달체계 확립 ▲보건부 독립, 질병관리청 승격, 보건소 기능 재조정 추진 ▲국가 감염병 예방관리 선진화 위원회 구성 및 감염관리기금(가칭) 조성 ▲의료기관 감염관리 활동과 역량 강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현행 응급실 진료체계 개선 등을 중심으로 10개항이다.
의협과 복지부는 모두발언 이후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양측의 진솔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