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에 대한 회사와 직원 각각의 비전과 의견을 공유할 경우 목표에 대한 접근이 확실해지고 올바른 의사결정에 도움이 돼 궁극적으로 기업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플로이(employee)가 아닌 오너(owner) 중심의 일부 국내제약사에선 쉽지 않은 기업문화라는 한계도 지적되고 욌다.
최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를 전직원의 '행복과 건강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Happy & Healthy Organization)'의 해로 선포했다.
행복하고 건강한 기업 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이 함께 서로의 역할과 바람을 논의하고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직원의 건강과 행복이 곧 기업의 가치로 연결되는 바람직한 동반성장의 윈윈(WIN-WIN) 효과를 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번 선포를 시작으로 ▲팀 빌딩 워크샵 ▲코칭 트레이닝 ▲리더십 컨퍼런스 ▲5분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사부총괄 박봄뫼 부사장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수평적이고 조화로운 조직 문화를 통해 임직원이 동반성장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며 "앞으로도 행복과 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능력있고 열정적인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자이도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는 제약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에자이의 기업문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사협의회인 '한마음위원회'다.
매 분기 첫 워킹데이에 2시간 가량 열리는 '한마음위원회'는 직원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고민을 노사가 함께하는 자리다.
위원회 구성은 근로자위원과 경영자위원이 각 5명씩 동수로 이뤄져 있으며 간사 1인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영업직 2명, 서울과 지방 각 1명 등 직역 및 지역별 차이를 감안했으며 다양한 목소리 듣기 위해 주임, 대리, 사원 등 다양한 직급을 위원회에 포함했다. 또한 세일즈 마케팅, 관리직, R&D 등 직군별 차이와 남녀 성비도 구성에 반영했다.
'이런 의견까지 노사협의 대상이 되나' 싶을 정도의 안건이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은 물론 '회사가 이 정도까지 해줘야 하나' 싶은 정도의 지원이 '한마음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한마음위원회 도입 이후 고무된 분위기다. 회사가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특히 자신들의 의견이 논의를 통해 실제로 반영되다보니 스스로 회사에서 중요한 존재이며 존중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도적으로 근로자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며 "한명의 의견도 빠지지 않고 수렴하도록 소규모 모임을 갖도록 하고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까지 지원하라는 것이 고홍병 대표의 지시였다"고 덧붙였다.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애브비 역시 직원의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국애브비는 ▲사내 소통 ▲기업 이노베이션 ▲직원 자기계발 ▲사회공헌 등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노베이션과 관련한 논의 구조에서는 일하는 방식과 문제상황에 대한 해결을 혁신적으로 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제품과 업무 등 회사의 전체적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점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이 월요일에 출근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논의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연 1회 글로벌적으로 직원 대상 서베이도 실시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는 어떤지, 기업 문화는 투명한지, 얼마나 환자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경영진의 리더십은 어떤지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 후 직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논의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직원 개개인의 의견을 기업에 반영하는 논의 구조가 궁극적으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목표를 몇억까지 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선 직원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긴 어렵다"며 "HR(Human Resource)에 대한 의견 반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목표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회사 운영 전반에 걸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와 의견을 위아래 상호 간에 공유하게 되면 직원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알게 된다"며 "내 의견이 회사 운영에 반영되고 경영진이 어떤 생각으로 운영하는지 직원이 알게 되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가능해지고 몰입도가 높아진다.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의 이같은 기업문화가 부럽다는 눈치다.
국내 B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중소제약사의 가장 큰 차이라면 최고 결정권자가 임플로이(employee)와 오너(owner)라는 점"이라며 "Family Business 색이 강한 국내사들의 경우 직원들의 의견보다는 상의하달식(top-down)의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국내제약사에서 다양한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긴 하지만 여력이 있는 제약사들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다국적제약사들의 기업문화가 부럽긴 하지만 오너십이 강한 중소제약사에겐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약산업의 환경에 비쳐볼 때 리더의 단독 결정보다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C 제약사 관계자는 "전지전능한 리더가 훌륭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전략적 방향으로 가는게 가장 신속할 수 있겠지만 많은 직원들이 각각의 맡은 업무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다. 그게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전지전능한 리더라도 다양한 측면을 보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요즘같이 시시각각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제약산업도 예전에 비해 신경써야 할 변화와 이해관계가 다양해졌다"며 "누군가 의사결정을 내려서 탑다운 하는 것보다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의견을 내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직원들도 오너십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