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일하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끄럽다. 준비가 돼 있었던 의사였는지, 내가 속한 조직이 제대로 된 조직이었는지 자신이 없다."
강동구보건소 보건의료과에서 근무하는 의사 강의성 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한 생각이었다.
그는 메르스 극복 국민연대 준비위원회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공동토론회에서 메르스의 기억을 꺼냈다.
강 씨는 "공권력의 강제에 의해 격리된 사람들의 불안과 불편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꼈다. 당시 보건소 직원들의 평균 퇴근 시간이 자정이었고 일찍가면 밤 10시였다. 새벽 3~4시에 퇴근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강동구보건소는 신고가 들어오면 기초 역학조사를 하고 접촉자 범위 및 격리 기한 설정 등을 논의, 결정했다. 이에따라 접촉자 명단을 병원측에 받아서 모니터링 했다.
강 씨는 "당시 자가격리된 사람만 1094명, 능동감시자까지 포함하면 5000명에 가까웠다. 이들을 모두 1대1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강동구청 직원까지 동원돼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1대1 모니터링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정보, 효율성, 공동체의식이 크게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강 씨는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제일 큰 것이 불안이었다. 정부는 괜찮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며 "상담을 해야 하는 보건소에도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 정확한 시간대와 접촉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데다 데이터도 엄청나기 때문에 보건소 직원 사이에서도 정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정보가 있어도 보고하기 바빠 정보의 상향은 원활했다. 반면 위에 올라간 보고는 정리돼 빨리 내려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보가 위로 올라가는 데에 치중돼 있고 정보의 하향과 수평은 막혀있었다는 것.
효율성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감염병 관련 인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강 씨는 "1000명이 넘는 직원이 매달려 일을 해지만 효율적으로 방역했는지는 회의가 든다. 각 보건소마다 감염병 담당자가 팀장 포함 2~3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건소에서 근무한지 13년 됐는데 만성질환에 대한 교육은 받았지만 전염병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스,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을 겪으면서 전염병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만 혼자서 해본 게 전부다 .보건소마다 세개조 정도의 방역팀을 구성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아서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싸주기 보다는 보듬어 줄 수 있는 공동체 의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 씨는 "불안하지만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 뿌리에는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를 복구하면서 정부가 생계복구에는 많이 신경쓰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식 복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불안에 떨고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했던 공동체 자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