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장관과 정진엽 장관 내정자 중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고민 중 하나일지 모른다.
매번 그랬듯이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 사이에서 정책라인은 투 트랙 보고 체계를 구축한다.
외형상으로는 현직 장관과 장관 내정자 모두에게 보고하는 형국이나 무게 중심은 장관 내정자에게 쏠려있다.
실국장과 과장 등 핵심 라인들은 인사청문회 검독회로 세종청사 보다 장관 내정자 집무실이 있는 서울 남산스퀘어빌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상황이다.
문형표 장관은 이달로 취임 1년 9월 째를 맞고 있다.
현 정부 초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표 제출로 노인연금 논란 진화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KDI 연구원 출신 문형표 장관.
'보건의료 문외한', '반쪽 수장'이라는 야당과 진보단체, 보건의료단체의 비판을 묵묵히 견디며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이어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등 3대 비급여 개선 등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
지난해 말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골초인 그가 금연을 선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세월호 사태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올해 5월말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현 정부의 국정위기 상황까지 치닫을 때 문 장관은 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모든 보고를 받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4일 청와대의 정진엽 장관 내정자 발표 후 보건복지부 분위기는 달라졌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관심은 정진엽 장관 내정자에게 쏠려있다.
문형표 장관은 조만간 회사(공무원들 내부에서는 보건복지부를 회사라고 칭한다)를 물러날 사장인 셈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임명장을 받으면, 예우가 달라진다.
장관 전용차인 '에쿠스'로 출퇴근을 하며, 장관 집에는 보건복지부 전용 전화와 팩스 등 핫라인이 구축된다.
퇴임식 후 세종청사를 떠날 때는 관용차인 'K5'를 타고 귀가한다.
문형표 장관은 서울 계동청사에서 세종시 세종청사 이전 취임 첫 장관이자 떠나는 첫 장관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문형표 장관은 2013년 12월 2일 취임식 후 기자실을 방문해 "장관으로 공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적한 부분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문 장관 다음 타자인 정진엽 장관 내정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 장관이 연금 전문가였다면, 정진엽 장관 내정자는 보건의료 전문가로 보건과 복지 모두를 섭렵한 것은 아니다.
오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25년간 의사로 살아온 정진엽 장관 내정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