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 임원도 맡고 있다.
심장 스텐트 협진 고시안을 두고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된 심장내과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갈등.
심장학회 임원진을 찾아가 만나기도 하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공무원들과 수차례 회의도 했다.
돌아온 것은 심장 스텐트 협진 고시 유예.
심장질환 환자 100명 중 96명이 스텐트 시술을 받고 나머지 4명만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받는 게 정상적 의료인가.
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해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심장 스텐트 3개는 기본이고 4개 시술한 건수도 적지 않다.
심장내과에서 시술한 심장은 흉부외과 의사인 내가 알고 있는 심장과 다른가. 심장에 무리가 생기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같은 과 선배 교수는 가슴을 치며 한탄한다. 흉부외과 힘이 이것 밖에 안 되냐고.
복지부 공무원들과 만나 분명히 말했다.
"협진 의무화 고시는 당신들 손을 떠난 상황이니 이해한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들의 주장을 비난하지 말라. 심장 스텐트 수술을 흉부외과에서 빼앗아 CABG 수술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위해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함께 협의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개흉 수술이 두려워 스텐트 시술을 하겠다면 말릴 생각도 없다."
흉부외과를 더 비참하게 만든 것은 '심장통합진료료' 신설이다.
복지부는 흉부외과에게 해 줄 것은 심장통합진료료 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흉부외과 의사들이 거지인가. 흉부외과를 두 번 죽인 셈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심장통합진료료가 아니라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사들이 협진했다는 '사인'이다.
의사인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큰 기대 안한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는 의사 사회에서 정진엽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흉부외과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한 선배들이 심장 스텐트 시술 발전을 방관하면서 전공의 수 늘리기와 학회 완장 차기에 바빴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심장 스텐트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심장 스텐트 청구 건수가 1년, 2년 쌓이다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해 질 것이다.
흉부외과학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사장이 바뀌더라도 '별동대'로 불리는 홍보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