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상대가치점수 개정 방안이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대가치점수 개정 과정에 투입할 재정 중 5000억원을 환산지수(수가) 계약에 쓰일 재정에서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이 같은 방향성은 지난해부터 1년여간 이어져 온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최근에서야 이를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은 지난해 7월부터 10여차례 회의를 갖고 상대가치점수 2차 개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도입 방안 내용을 보면 2차 개정 상대가치점수는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등 5개 부분으로 나눠져 내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상대가치점수 개정으로 필요한 재정은 총 1조원.
이 중 5000억원은 검체·영상 검사 수가를 낮춰 수술 처치 관련 수가로 4년에 걸쳐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검체검사는 11%(3600억원), 영상검사는 5%(1400억원) 규모로 수가가 인하된다.
나머지 5000억원은 4년 동안 매년 1250억원씩 수가 계약과 연계해 차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환산지수가 의원은 약 0.3%, 병원은 약 0.1% 깎인다는 게 의협의 계산이다. 내년도 수가 인상률에 적용해보면 의원 수가는 결국 2.7% 인상효과를 갖는 셈이 된다. 병원은 약 0.1% 깎여 1.4%에서 1.3% 인상되는 것이 된다.
"상대가치점수 개정은 판도라의 상자…신중해야"
정부는 5000억원에 대해 재정 투입을 증액하는 분량이라며 '순증'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순증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상대가치점수 조정으로 수가 균형을 이룬다고 쳐도 환산지수 계약에서 차감한다면 결국 손해는 의료기관에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상대가치점수 개정 방안을 접한 의협은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의협 산하 상대가치위원회가 상대가치점수 2차 개정 방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해 23명 중 18명이 찬성했기 때문에 내부 논의는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는 "상대가치기획단 회의 초반에는 5000억원을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 수가 계약과 연계한다고 하더라"며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에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주 중 의협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계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
서울 A중소병원장은 "상대가치점수 개정의 기본 취지는 검사와 수술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상대가치점수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데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이동해 수가가 균형을 이룰 거라고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예측 가능한 미래를 보고 병원 경영을 하는데 전체 수가에서 어떻게 변동이 일어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고민도 길게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당장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도입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 짓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한두 달 안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