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을 앞세워 줄곧 개혁을 주창했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가 의사로서 현업에 복귀했다. 현 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을 내세웠던 그들이 결국에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노 전 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착잡하지만 먹고살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개원 심정을 밝혔다.
노 전 회장은 다음 달 개원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지난 7월 건국대 인근에 의원 자리를 얻어 놓고도 한 달 넘도록 고민하다 지난주가 돼서야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살려 하지정맥류와 심장재활을 중점적으로 진료한다는 계획이다.
노 전 회장은 개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떼며 "개원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메르스 이후 정치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정치를 한다면) 개인적으로 고난의 길이 될 것이고 주변의 오해도 많이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원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개원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는 전제도 달았다.
노 전 회장은 "하지정맥류를 진료하는 후배 의원을 방문했을 때 흉부외과 의사로서 전공을 살려 진료를 하고 있다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사가 자기 전공을 지킨다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원을 오래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개원하면 하루 종일 매여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 가운을 입어보지 않으면 앞으로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방상혁 전 이사 "일선에서 건보제도 문제점 알리겠다"
방상혁 전 이사는 이 보다 앞선 지난 7월 제주도에 의원을 열었다. 의원 이름 '해비치 의원' 위에다가 그만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주장했던 그의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방 이사는 "개원을 하다가 협회에 들어갈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등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협회에 들어가서는 의료계 내부를 바꾸는 문제만이 아니라 외부의 힘을 빌려 건강보험 재정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 보험 재정을 튼튼하게 하자는 큰 목표 아래 여러 정책들을 펼쳐보려고 했는데 얼마 안 돼 탄핵을 당했다"며 "의도와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임상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건보제도 개혁의 필요성 알리기에 나선 셈이다.
그는 "의원 간판 위에다가 '올바른 의료, 행복한 진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써 붙여 놨다"며 "의료시스템 자체가 왜곡돼 있으면 국민들이 행복한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협회 임원으로서가 아니라 일선 개원의로서 환자에게 건강보험 제도의 실태를 알리는 게 할 일"이라며 "더불어 치료를 받고 회복되는 환자를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