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종청사에서 착수회의를 열고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관리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요양기관 허위부당청구 등 건강보험 누수를 막겠다는 게 기재부의 취지이다.
나라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재부 입장에서 한해 50조원을 넘는 건강보험도 중요한 관리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일반회계와 국민건강기금을 통해 국고 7조원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 누수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의도는 이해가 된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 오바마 정부까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 체계를 관리 운영하는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기재부가 진료비 누수 억제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심사평가원의 방대한 심사물량(연간 14억여 건)에 따른 허위부당 청구와 심사 조정금액, 현지조사 적발 등이다.
이중 진료비 심사를 통한 조정금액은 2014년 기준 4439억원으로 전체 청구액(54조원)의 0.8%에 불과하나, 현지조사는 조사받은 요양기관 70% 이상이 부적정 청구로 적발되고 있어 새로운 진료비 심사관리 체계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게 기재부 논리.
기재부가 보건의료 특성을 간과한 채 경제 잣대로 예단하고 있다는 국회와 시민단체 의약계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요양기관 현지조사 대상은 제보와 언론보도, 수사기관 의뢰 등으로 선정하고 있어 적발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보건복지부 노력과 요양기관 개선활동은 무시한 채 현지조사 적발률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새로운 심사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기재부 담당 공무원은 진료비 관리체계 마련은 처음이나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를 초월한 갑 질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보건복지부조차 기재부 주재 착수회의 하루 전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기재부 발표 내용을 보고 조금 황당했다. 보건의료 특성을 알고 진료비 심사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부처 간 협의라고 하나 사전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이 매번 지적하는 '기재부 보건복지과' '기재부 시녀' 등의 오명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