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지난 23일 심사평가원에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관련 학회,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기관 감염 대책협의체 사전 미팅을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메르스 사태 후속 대책으로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한 의뢰 및 회송체계 개선을 중심으로 협의체 상정안건 우선순위 등을 중점 논의했다.
여기에는 의원급과 병원급 역할이 혼재되어 있는데다 병실 및 응급실 면회 등 관행적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시키겠다는 복지부의 의지가 내포돼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1년 3월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진 장관은 의원급(1차 의료기관)은 외래 중심 만성질환 관리체계 구축을, 병원과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은 입원 중심 지역거점병원 육성 및 전문병원과 특화병원 도입 그리고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은 중증 중심 연구중심병원과 전문의료센터 육성 등을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복지부는 이후 의료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협의체 논의를 거듭하며 의료기관 종별 기능과 역할을 명문화 한 표준업무 고시를 제정했다.
하지만 동네의원 활성화 명목의 선택의원제는 개원가의 반발로 중지됐으며, 중소병원 전문화 추진은 전문병원을 제외하고 유명무실됐고, 대형병원 육성도 연구중심병원 지정에 그쳤다.
특히 응급과 분만, 치과, 장애인 재활치료, 가정의학과, 근무자, 혈우병 환자 등 상급종합병원 예외경로 축소 방침 및 의원급 외래 수가 인상과 입원수가 인하 등은 결론 없이 마무리했다.
현 의사협회 추무진 집행부가 강하게 주장하는 진료의뢰서 문제도 4년 전 논의 사항이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사실상 '핵심 키'인 진료 의뢰와 회송 시 발급요건 강화와 유효기간 설정, 수가보상체계 마련 등을 추진 세부안건으로 제시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움직임은 2012년에도 이어졌다.
의약단체가 참석한 의약계 발전협의체(위원장:보건의료정책실장)를 발족시켜 지불제도, 종별가산, 간호등급, 수가계약방식, 의뢰회송 수가 조정, 상급종합병원 예외경로 축소 등 안건 논의를 위한 3개 반을 운영한 바 있다.
의약계 모두 열의를 갖고 회의에 참석했으나 몇 차례 논의 후 갑작스런 실국장 인사로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불거졌지만, 의료 현실과 추진방향은 변한 것이 없다.
의료기관 재정립이든,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든 복지부가 의료단체 등과 재논의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의료단체가 주목할 부분은 과거 논의가 무의로 끝난 이유이다.
애드벌룬 만 띄어놓은 복지부 잘못이 가장 크나 의료단체 집행부마다 성과를 얻기 위해 타 단체를 배려하지 않은 과도한 이기주기 역시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건별 우선순위와 논의 기간 등을 정해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 협의체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의뢰와 회송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 논의가 필요한 중기 현안"이라고 귀띔했다.
의료계 한 인사는 "메르스 사태로 결과물을 보여야 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조급할 수 있지만, 섣부른 결과 도출은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의료단체도 국민 건강이라는 대전제로 생각해야지 수가에 연연하면 모든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