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안전성 서한에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처음부터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식약처는 유럽 의약품청(EMA)이 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의 기침, 감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한 바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의약품에 대한 처방과 투약 등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코데인은 체내에서 모르핀으로 전환되는데, 모르핀으로 인한 부작용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 가능하나 12세 미만의 경우 그 전환 양상이 더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 부작용 발생 위험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식약처는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함유 의약품이라며 국내 유통 중인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28개 품목을 해당 정보사항의 대상으로 지목했었다.
유한양행의 '코푸시럽', 대원제약의 '코대원', 삼아제약의 '코데날'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코푸시럽'은 지난해 생산실적이 200억원에 이르는 대형제품이었고, '코대원' 시리즈도 15억원을 넘는 제품이었다.
개원가에 따르면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 배포 이후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처방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안전성 서한에 따른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당시 인터넷 육아커뮤니티 등에서는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에 대한 강한 우려와 불신이 제기됐으며 심지어 어느 소아청소년과의원을 가면 아직도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지역에 기반한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들은 엄마들의 목소리에 전문가적 판단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디히드로코데인의 허가변경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허가사항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중앙약심의 결정은 유럽의약품청의 잘못된 정보를 국내에 배포한 것에 대한 조치였음이 밝혀졌다.
식약처 "유럽의약품청 정보 오류, 디히드로코데인 논의 대상 아니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애당초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안전성 서한에 포함될 제품이 아니었다.
유럽의약품청이 코데인 함유 의약품에 대해 12세 미만의 기침, 감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하면서 대상 품목에 디히드로코데인을 포함시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식약처도 유럽의 안전성 정보를 접하면서 의아했던 내용이 있었다"며 "유럽 안전성 정보를 보면 코데인과 관련한 내용으로만 돼 있었는데 대상품목 목록에 디히드로코데인 제품이 몇개가 들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은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에만 대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코데인 관련한 제품은 연령제한이 이미 반영이 돼 있어 안전성 조치가 필요없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유럽의약품청의 안전성 정보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일단 선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후 식약처는 유럽의약청에 직접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직접 확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성 조치와 관련해 연령 제한 등 선조치 후 검토를 한다"며 "안전성 서한 배포 이후 자체적으로 유럽의약품청에 관련 정보가 맞는 것인지 질의를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디히드로코데인은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고 원래 정보가 올려져 있던 유럽의약품청 홈페이지에도 디히드로코데인에 대한 수정된 정보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심사숙고하기 위해서 관련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중앙약심을 개최한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유럽의약품청의 안전성 정보에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제외된)원래대로 돼 있었다면 식약처도 안전성 서한 배포 자체를 안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유럽의약품청에선 처음에 왜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정보가 떴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안전성 정보에 디히드로코데인 제품은 포함되지 않으며 디히드로코데인과 관련해선 향후 검토 계획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때문에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 허가사항에 대한 조치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디히드로코데인은 애초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시장 이미 초토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제약업계는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서한이 배포됐을 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써서는 안 되는 약이 돼 버렸다"며 "관련 제품들은 시장에서 이미 외면 받은지 오래다. 이제와서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유럽의 정보를 부랴부랴 국내에 적용시킨 식약처에 아쉬움이 많다"며 "유럽의 정보가 과연 국내에 적용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장은 아무 잘못없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안전성 서한에 포함된 것은 유럽의 잘못된 정보로 인한, 희귀한 경우라며 식약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먼저 확인하고 후조치를 하는 것이 어땠는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식약처로서도 이 부분이 애로사항이다"며 "이번 건은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외국에서 정보가 잘못 올라와서 이런 혼선을 겪은 것인데 반대적으로 이 정보가 맞았다면 외국이나 전문가 등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세달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형태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안전성 서한이라는 게 그 약을 완전히 못쓴다는 개념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런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려가 있으니까 선조치 하는 형태로 결정한 것이었고 하나씩 되짚어 검토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이번 건은 희귀한 경우, 선조치 후검토 변함없다"
해외 안전성 정보에 대한 국내 선조치 후검토 방식은 바꾸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디히드로코데인 안전조치에 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제품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지만 사실 이런 부분이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면 1~2주 안에 직접 확인이 되지만 외국 정보에 대해선 선조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가 유럽의약품청의 정보가 수정될 지 알았으며 답이 이렇게 올 줄 알았겠는가"라며 "검토 과정을 최대한 빠르게 하는 등의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선검토 후조치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이번 건은 백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드문 경우였는데 이런 것 때문에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