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시술행위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 발전시키는 것은 학자적 양심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의 문제다."
의사가 '동료'의사의 입장으로 한의사에게 철저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김기둥 공보이사(마크원외과의원)는 최근 침 시술 가슴 성형을 하다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한의사의 사건을 접한 후의 생각을 의사회보 최근호에 실었다.
그는 "의사의 숙명 안에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며 통계학적 근거가 빈약한 의료행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도 들어있다"며 "의료인으로서 방법은 다를지라도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한의사에게 발전적 비판을 가할 의무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윤리는 의료인 개인의 사회적 책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그 제도가 철저한 과학적 검증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함은 당연한 것"이라며 의료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적으로 침 시술 가슴성형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한의사들은 2007년 대전대학교 한의대병원과 일선 한의원이 20명의 여성환자를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고 있다. 침 시술로 20명 중 17명의 유방둘레가 평균 2.7cm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연구에서는 유방둘레의 기준을 유방을 포함한 최대 가슴둘레에서 유방 바로 아래 쪽에서 측정한 가슴둘레를 뺀 수치를 사용했다"며 "정확한 유방의 용적을 측정했다고 보기 힘든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명의 표본으로 한 결과를 검증된 치료라고 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전파하는 비과학적인 행태에 대해 의료윤리의식 부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술을 하면서 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확인했었는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의학이 태생적 한계에 다다랐다고 꼬집었다.
김기둥 이사는 "수년간 정부지원금으로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증명하기 위해 별여온 온갖 노력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미진한 성과로 추진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거가 빈약한 시술이 행해지는 것을 제약하지 않거나 자정하지 못하는 상황들도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학의 영문 명칭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한(韓)의학이라는 용어는 한민족의 전통의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한의사협회는 영문표기도 Korean medicine(한국의학)으로 바꿨는데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한국이라는 지역의 의학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들은 한국에서 행해지는 주류의학이 한(韓)의학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얼마나 잘못된 생각에 의한 잘못된 결과물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