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인턴 1년은 여느 사회 초년생과 마찬가지로 두렵고 떨리는 시기이다.
서울아산병원 의사 박성우 씨(31, 성형외과 레지던트 4년차, 울산의대 2005년 졸)가 최근 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기록한 '인턴 노트'(펴낸 곳:에이티피컬, 정가 1만 4000원)를 발간해 화제이다.
젊은의사 사회에서 파워 블러거로 알려진 박성우 씨는 본과 4학년 때부터 인턴까지 병원 속 온실에 내던져진 의대생과 의사 생활을 정리한 e-book '청춘의사'를 지난해 출판해 의료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이번에는 365일, 1년간의 생생한 인턴 세계와 삶을 기록한 책을 들고 나타났다.
신간 '인턴 노트'는 선발 과정과 첫 근무까지의 인턴 시작과 진료과 순환근무 병동 모습인 인턴의 세계 그리고 의사와 환자 사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고충을 담은 인턴의 삶 등 3장으로 구성했다.
의사 박성우 씨는 본문을 통해 "의사가 되고 나니 친구들이 으레 '의느님'(의사 존칭 의미)이라고 놀리면서 고민이 없겠다, 남부럽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새내기 의사들도 눈치를 보고 남과 비교해 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턴을 마치고 무슨 전공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러하다"고 인턴의 고뇌를 표현했다.
기피과 현실을 마주한 인턴들의 심정도 진솔하게 기록했다.
박성우 씨는 "레지던트 모집 이후 각 병원 진료과 경쟁률이 속속 발표되면 의학전문 신문들이 앞 다투어 전공의 비인기과 기피 현상에 대한 기사를 싣고, 주요 언론들도 수술과 기피현상을 보고했다"면서 "혹독한 수련을 겪고 나서도 전망이 어두운 과는 외면 받는다. 같은 조건에 같은 월급을 받게 되면 보다 편한 과로 젊은 인턴들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30~40년 간 의사 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사명감을 들먹이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모습이 아니다. 수술비가 비싸서 수술을 못 받는 미래보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미래가 더 빨리 올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진료과 순환근무 얘기도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호흡기내과 인턴 시절, 동맥혈 채혈(일명 ABGA) 경험을 흥미롭게 꾸몄다.
박성우 씨는 "병실에 들어서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내가 또 피를 뽑아야 하나'라는 눈길을 보낸다. 호흡기내과 인턴은 흡혈귀 같다는 별명도 익숙하다"면서 "손에 익숙해지면 한 번에 채혈되는 때가 늘어나고 나중에는 '던지면 꽂힌다'는 수준까지 도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1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술 스크럼을 섰다, 36시간 잠도 자지 않고 응급실 근무를 했다는 영웅담은 괜히 들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는가, 병원에서 답은 '인턴에게 시킨다'이다"라고 시키면 하는 인턴들의 웃픈 현실을 토로했다.
박성우 씨는 "의대 6년을 거쳤어도 인턴을 시작하면 마치 병원에 생짜로 툭 내던져진 느낌이다. 수없이 외우고 공부했던 것들도 응급실에서 눈앞에 환자를 마주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다"라면서 "청춘의사들이 병과 싸우느라 약해진 환자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은 인턴 시절 1년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의사 박성우 씨는 머리말을 통해 "지난 글들을 엮으면서 부끄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젊음에 취해 쓴 과장됨은 수정하지 않았다. 서툰 눈길과 몸짓으로 병원이란 세계를 겪었던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이라면서 "비난과 책망에 대한 두려움은 품고 가기로 했다"고 겸손한 자세로 독자들의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