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만 모여서 공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겠다. 주치의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약 10년 전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고민하던 의사들이 만든 일차의료연구회(회장 고병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료이용 행태 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며 주치의제 공론화 움직임에 나섰다.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최용준 교수는 최근 일차의료연구회 월례모임에서 '한국 의료 생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2012년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이용해 18세 이상 성인 1만2708명의 병원 이용 경향을 분석해 1000명 기준으로 표준화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외래 방문 비율이 컸다.
외래 진료를 위해 1000명 중 307명은 의원을 찾았고 병원을 93명이 병원 또는 종합병원, 32명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입원은 1000명 중 의원 2.5명, 병원 및 종합병원 7.3명, 상급종병 2.5명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보면 노년층의 병원 이용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45~64세 성인 364명이 의원을 이용했다면 65세 이상 노인은 628명이 의원을 찾았다.
1000명 중 460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의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주로 이용하는 주치의(personal doctor) 유무에 대한 결과와도 일맥상통했다. 566명이 주로 찾는 의원이 있었다.
최용준 교수는 "국민 대부분은 일차의료기관을 통해 건강문제를 상담하고 있었다"며 "필요하면 일차의료 의사에 의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의뢰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 독일,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기관 외래 이용 보다 병원급이나 상급종합병원 외래 이용률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차의료연구회는 이번 연구결과 발표를 토대로 주치의제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 만들기에 나설 계획이다.
일차의료연구회 정명관 홍보위원(정가정의원)은 "의료 생태 연구가 나라마다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없는 실정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통계 자료를 이용한 양적인 의료행태 연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안 돼 있는데다 병의원 접근성이 높아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는 특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주치의 유무에 따른 진료의 질적 변화 등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도 함께 할 예정이다.
정 홍보위원은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를 위해서는 주치의제가 좋은 모델이라는 생각을 갖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주축으로 시작한 연구회"라며 "의료계에서는 주치의제 반대 목소리가 더 큰 상황에서 의사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정부도 의료계 눈치만 보면서 손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치의제는 결국 국민 동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들만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데서 나아가 국민의 의견도 들어보기로 했다"며 "SNS에 관련 페이지를 만들고 일반인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