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에서 갑상선 환자를 치료하는 펠로우로 근무 중인 A씨(39)는 몇개월째 구직 중이다. 그는 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을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 외과에서 내분비외과 분야에 집중했던 B씨(37) 또한 지난해 수개월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에선 당분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휴식도 취할 겸 아예 해외로 나간 것이다.
지난해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이 의료계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 젊은 외과 의사들이 극심한 구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 이전만 해도 국민들의 조기검진에 대한 욕구가 높고, 갑상선암 수술 건수도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젊은 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의료계 내부에서 갑상선암 과잉진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후 치료받아야 할 환자까지도 수술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실제로 심평원이 집계한 최근 7년간 갑상선암 수술 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부터 계속 급증하던 수술 건수가 2013년 감소세로 접어들더니 과잉진료 논란이 제기된 2014년 급감, 전년대비 1만명 이상(24.2%)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갑상선암 수술 감소로 내분비외과 의료진을 적극 영입하며 규모를 키웠던 의료기관들도 몸을 사리며 의사 채용을 멈추면서 결국 젊은 의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나마 일년 쯤 지나면서 갑상선암 과잉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의료진 채용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과 펠로우 C씨는 "기존에 있던 의료진도 줄여야 판에 신규 의사를 채용할리가 있겠나. 급한데로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봉직의로 생활하고 있지만, 의사 경력에는 1년라는 공백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같은 과 동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최근 들어 한두명 채용되긴 했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동기가 꽤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학회는 당장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 감소도 문제지만 앞으로 전공의 지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는 "그나마 대형 대학병원 어느정도 유지되는지 몰라도 중소병원의 환자 감소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박해린 총무이사는 "당장 젊은 의사들이 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전공의 및 펠로우를 지원하는 의사가 사라지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젊은 의사가 계속 들어와야 발전이 이어질텐데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