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공의 수련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전공의 지원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던 지역 거점병원이 줄줄이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접수창구를 닫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간판만으로도 전공의 정원 확보를 보장해 온 수련병원들이 무너지고 있는 이유를 짚어봤다.
<상> 지역 내 강호병원의 몰락
<하> 같지만 다른길 걷는 충남대병원 vs 경상대병원
최근 경상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은 새 병원을 건립하는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두 병원은 모두 지역거점병원으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 중 하나로 각각 새 병원 건립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가는 듯 보인다.
경상대병원은 이달 중으로 창원에 700병상 규모(163병상으로 시작해 단계적 확장 추진)로 새 병원을 세우고, 충남대병원은 오는 2018년, 세종시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 개원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설 및 역사적으로 따져보자면 1972년 개원, 1300병상 규모의 충남대병원이 1987년 950병상 규모인 경상대병원보다 한발 앞서 있다.
그러나 2016년도 레지던트 모집 결과에서 두 병원은 희비가 엇갈렸다.
재미난 점은 쓴 맛을 본 쪽이 역사가 깊고, 시설 및 규모에서 경상대병원 보다 앞서 있던 충남대병원이라는 점이다.
두 병원의 희비를 가른 변수는 무엇일까.
먼저 경상대병원은 지난 2~3년간 내과 레지던트를 계속 채우지 못하면서 위기감을 높이고 있던 상황. 교수들은 수차례 전공의들과 모임을 가지며 변화 방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 7명 정원에 9명 지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게 주효했던 셈. 경상대병원은 일단 당직부터 손봤다.
1~2년차에 몰려있던 당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2년차 이상 전공의는 주 2일(평일 1회, 주말 1회)로 제한하고 그외 5일간의 오프는 확실하게 보장했다.
이와 더불어 환자 진료와 전공의 교육 이외 모든 잡무는 없앴다. 의사가 해야할 이외의 업무는 전담 간호사를 보강해줬고, 그 이외 진료업무 또한 교수와 전임의가 분담해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경상대병원 내과 정이영 과장은 "위내시경 및 심초음파 등 전공의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각각 담당 교수를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무엇보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 위내시경과 심초음파를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턴들에게 비전을 제시한 것도 컸다. 조만간 오픈하는 창원 병원 개원과 관련, 향후 전임의 및 교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
정 과장은 "이번에 지원한 인턴들은 당장 창원병원 파견은 어렵지만 본원에서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창원병원에 우선적으로 전임의는 물론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지했다"며 "이런 점 또한 전공의 지원에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대병원을 살펴보자.
사실 충남대병원은 2015년도 유수의 대형병원이 내과 미달로 자존심을 구겼을 때에도 정원을 모두 채웠다. 물론 10명 정원 중 지원자는 5명에 불과, 나머지는 곳곳에서 섭외를 통해 채운 것이긴 했다.
정원을 채웠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이번에도 현상유지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이 경상대병원 등 절벽 끝에 서 있던 다수의 수련병원이 대대적으로 수련환경을 파격적으로 바꿨고, 그 결과 9명 정원에 1명 지원이라는 참패를 맛봤다.
충남대병원 안문상 교육수련부장은 "나름 병원 내에서도 전공의들의 응급실 근무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하는 등 수련환경에 신경쓴다고 했는데 부족했나보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 개선 즉, 인력충원 및 수련과정 개편 등은 각 과별로 의견이 들어와야 병원에서도 움직이는 것인데 뭔가 잘 안돌아가는 느낌이 있다"며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 사립대병원와 달리 국립대병원의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육수련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달난 병원을 걱정해줬는데 1년만에 입장이 역전됐다"며 거듭 안타까움을 전했다.
두 병원의 같지만 다른 행보에 따른 전공의 지원율은 수련환경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왔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