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2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쿡메디칼코리아’(지사장 이승재)는 본사 기업철학 ‘환자우선주의’에 입각한 환자 치료결과 개선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환자우선주의 실현은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더 나은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
쿡메디칼코리아는 이를 위해 2013년 기존 대리점 체계에서 직접 판매로 제품 공급방식을 전환해 의사들과의 접점을 더욱 넓혔다.
게다가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에게 학술적이고 심도 깊은 임상정보를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병원 구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HBS(Healthcare Business Solution) 부서도 출범시켰다.
직접 판매와 HBS 부서 출범은 병원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시스템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병원 입장에서는 구매와 관련해 수백 가지에 달하는 제품별 대리점 또는 공급사 영업사원을 따로 만나던 것을 직접 판매와 HBS 부서를 통해 일원화된 채널로 행정절차가 간소해져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 것.
치료재료 유통시스템 혁신은 병원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은 물론 유통과정에서의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이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환자우선주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쿡메디칼코리아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치료재료 유통시스템 혁신을 위한 또 하나의 실험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바코드 스캔 방식에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기반 치료재료 유통관리시스템으로 병원 가납·재고관리에 나선 것.
전 세계 최초로 치료재료에 RFID를 적용한 이유와 이를 통한 병원 내 제품 가납·재고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쿡메디칼코리아 김용관 이사로부터 들어보았다.
바코드 스캔 방식, 병원 가납·재고관리 한계 봉착
RFID는 초소형 칩(IC칩)과 무선을 통해 식품·동물·사물 등 다양한 개체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인식기술로 ▲전자태그 ▲스마트 태그 ▲전자 라벨 ▲무선식별 등 다양한 이름으로 통용된다.
RFID를 기업 제품에 활용하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유통정보를 IC칩에 담아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관리할 수 있다.
한미약품 등 일부 제약사는 이미 의약품 유통관리에 RFID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의료기기업계는 여전히 창고에서 제품 출고는 물론 병원 가납·재고관리 시 제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바코드를 스캔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
쿡메디칼코리아 김용관 이사는 “세계적으로 병원 가납·재고관리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곳이 한국이다. 국내 판매 60% 이상이 가납·재고관리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바코드 방식으로 수술 방 등 여러 구역에 산재해있는 치료재료를 일일이 스캔해 관리하는 것 자체가 병원 여건상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각종 수술 및 시술로 바쁘게 돌아가는 수술 방에서 가납·재고관리를 하기도 어렵거니와 스캔 과정에서 수술이 잡히면 중도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일정 자체가 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균 1~2시간 소요되는 바코드 스캔 방식의 가납·재고관리는 월 1회 하기도 요원하다는 것.
김 이사는 “바코드 스캔 방식은 1시간 이상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수술이 없는 시간에만 가능해 공급사와 병원 담당자 모두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한 가납·재고관리로 병원에서 부족하거나 필요한 제품을 빨리 파악해 제때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적기적소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동시에 공급사도 손해다.
이는 ‘살아 움직이는’ 치료재료의 복잡하고 특수한 유통구조에서 기인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사이즈가 천차만별이고 유통기간도 긴 치료재료는 제품이 부족하거나 남는 각 수술 방 및 병원별 상황에 따라 이동하는 변수를 고려해 제조사 또는 대리점·삼자물류업체로부터 충분한 여유분량이 공급된다.
따라서 평상시 정확한 가납·재고관리를 통해 병원별 사용량을 확인하고 미리 예측해 부족하거나 남는 재고를 제때 처리할 때 빠른 정산이 가능하다.
쿡메디칼코리아가 병원에 공급한 치료재료 가납·재고실사 시간 단축과 조사 정확도 향상은 물론 재고 이동을 빠르게 추적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한 RFID 기반 유통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RFID, 시간·인력 대폭 절감…패러다임 변화 예고
이미 4년 전부터 RFID를 활용한 병원 가납·재고관리 필요성을 인식한 쿡메디칼코리아는 한미약품의 의약품 RFID를 적용한 계열사 한미IT와 손잡고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김용관 이사는 “건국대병원·공단일산병원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RFID는 바코드 스캔보다 가납·재고조사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주는 등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시범사업 결과 가납·재고조사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정확도 또한 높았다.
한미IT가 분석한 시범사업 성과지표를 살펴보면, 1인당 재고실사 시간은 기존 바코드 스캐너가 120분이 소요된 반면 RFID 방식의 경우 건국대병원 평균 16.62분·공단일산병원 16.19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바코드 스캔의 경우 정확도 검증자체가 어려웠던 재고조사 정확도 역시 RFID 방식은 건국대병원 90.1%·공단일산병원 94.4%로 높게 조사됐다.
더욱이 재고조사 시간이 크게 줄면서 월 1회 힘들었던 재고실사 횟수는 주당 2~3회·월 8회까지 늘어났다.
이 결과는 치료재료 공급사·삼자물류업체뿐만 아니라 병원 측에도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사가 짧은 시간 안에 자주 재고관리를 하고 부족한 제품을 사전에 파악해 미리 채워주는 만큼 병원 담당자는 일일이 사용량을 체크해 수기로 관리하고 따로 전화 주문하는 과정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바코드 스캔보다 RFID로 했을 때 시간과 인력을 줄이고 효율적인 재고관리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시간과 인력 절감 및 업무효율성 향상을 실제 정량화·수치화된 데이터로 입증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미 RFID로 치료재료 재고관리를 시작한 건국대병원·공단일산병원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부산·경남지역에 적용하고 순차적으로 전체 의료기관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치료재료 유통관리에 RFID를 적용하는 방안은 과거에도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바코드 스캔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전자태그 비용과 일부 수술용 칼 등 태그를 붙일 수 없는 한계성을 비롯해 조사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RFID를 치료재료 유통관리에 접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반면 세계 최초로 치료재료에 RFID를 적용한 쿡메디칼코리아는 직접 판매 체계에서 효율적인 병원 가납·재고관리를 위해 RFID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은 제약사 중 선도적으로 RFID를 적용한 한미약품 계열사 한미IT의 기술적 뒷받침과 쿡메디칼코리아의 치료재료 유통혁신 경험과 니즈가 결합된 4년간 시스템 연구개발 끝에 현실화됐다.
김용관 이사는 “의료기기기업들은 RFID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는 노력과 의지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쿡메디칼코리아는 바코드를 입력해 UDI(Unique Device Identification·고유식별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론 의료기기(치료재료) 이력관리와 병원 가납·재고관리에 한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RFID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요구되는 복잡한 병원 가납·재고관리 대안으로 치료재료 유통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특히 “쿡메디칼 AP(아시아태평양)는 물론 본사까지 쿡메디칼코리아가 진행한 RFID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가능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RFID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