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는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앞마당에서 화형식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막지 못하면 추무진 회장을 사퇴시키겠다며 일주일의 제한 시간을 제시했다.
딱 일주일 후인 28일 저녁 의협 회관 앞마당에 의혁투 최대집 정성균 공동대표와 소속 회원 20여명이 다시 모였다. 이번엔 전임 집행부 임원들까지 나섰다.
이들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반대와 함께 추무진 회장이 섣부른 의료일원화 추진으로 의사면허 제도와 의학의 근본을 훼손했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1일과 마찬가지로 마네킹에 불을 붙인 후 망치로 내려지는 화형식 퍼포먼스도 다시 한 번 했다.
이날 최대집 대표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막기 위해 의협 집행부는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한다"며 "오늘까지만 촉구하겠다. 조만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는 추무진 집행부 이전 집행부의 노환규 전 회장, 송형곤 전 상근부회장, 송후빈 전 충청남도의사회장까지 참석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반대와 집행부 사퇴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좌훈정 전 의협 감사도 지난주에 이어 다시 참석했다.
송형곤 전 상근부회장은 "의협 일을 해봤지만 현 집행부가 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의사들이 진짜 원하는지 잘 생각해 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부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책임을 못지겠으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자리를 내려놓고 막을 수 있는 사람한테 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훈정 전 감사도 "의협 임원뿐만 아니라 전국 시도의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오늘이 마지막 경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입지 강화 목적 아닌가" vs "정치적 해석 금물"
의료계 일각에선 의혁투의 2차 집회를 두고 정치적 움직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난 21일 집회의 배경에는 복지부가 (26일) 한의사가 사용 가능한 현대 의료기기 리스트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의협은 즉각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으며,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관련 의-한 합의문 26일 발표' 역시 단순한 소문으로 마무리 됐음에도 불구하고 의혁투는 집회를 기획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발표하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게 맞긴 하지만 의협 마당에서 화형식 퍼포먼스를 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들만 보라고 자체적인 기획을 한 건데 집행부 흔들기를 선동하고, 그 기회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대집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최 대표는 "26일이 지나고 나서도 종편 등 언론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내용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현대 의료기기 리스트를 정해놓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다가 의료계가 반발하니까 미룬 것 아닌가"라며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해명했다.
송형곤 전 상근부회장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핵심은 회원들이 모른다는 것"이라며 "오해나 루머라고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면 결국은 현 집행부 주장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일원화가 대의원회 수임 사항이라면 16개 시도 중심으로 의견 수렴을 한 후 이슈화 시킨 다음 공론화로 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