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맞는 혈액형의 공여자를 찾느라 수술 시기를 놓치던 안타까운 일들이 옛일이 되고 있다. 혈액형이 맞지 않는 신장이식도 생존율이 90%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교수팀은 2009년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최초로 시행한 이래 100례에 달하는 이식 환자를 추적 조사하고 8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받은 100명의 환자 중 5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9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부부간의 이식이 45%로 같은 기간 시행된 혈액형 일치 부부이식 23%(177건)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늘 배우자가 이식 수술 공여자의 1순위로 꼽히지만 혈액형이 일치 않지 않아 이식의 생각을 접었던 환자와 배우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셈이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진행한 전체 환자 중 3분의 1 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면역학적으로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고도 감작된 환자들이었다.
양 교수팀은 이식을 위해 효과적인 탈감작 치료를 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식의 두 가지 고위험군을 모두 극복했다.
과거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불일치할 경우 이식 후 초급성 항체매개성 거부반응의 발생 위험 때문에 이식이 불가능 했다.
하지만 거부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체 주사와 혈장 반출술의 개발로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가족 중 혈액형이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을 경우 이식을 꿈꿀 수 없었던 많은 말기 신장병 환자들이 희망의 이식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양철우 교수는 "면역억제제와 탈감작 요법의 발달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말기 신부전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의 5년 생존율이 혈액형 일치 이식과도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증명한 중요한 연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