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집단이 특정 권리를 허용하게 해 달라고 B 집단과 갈등을 일으킨다. A는 관련 지식을 배울만큼 배웠다고 주장하지만 B는 그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대한다."
이는 현재진행형인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 대립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시의사회 김경호 공보이사에 따르면 A와 B에 들어갈 단어는 각각 약사와 한의사다.
김경호 공보이사는 최근 대구시의사회보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우려점을 이야기하면서 과거 약사와 한의사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93년 약사의 한약 조제 허용을 놓고 한의사와 약사는 대립했고 한의사는 그들의 권리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당시 한의사는 약용식물학만으로 본초학 개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으며 약사의 한약조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약용식물학을 배웠기 때문에 충분히 한약조제가 가능하다는 약사측 주장에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김 이사는 "수련과정을 포함해 10년을 영상의료기기와 살다시피 해야 겨우 판독 가능한 수준이 되는 영상의학을 몇 학점짜리 수업만으로 충분하다는 한의사 주장이 약사보다 더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배울만큼 배웠다며 한약 조제 허용을 주장했던 약사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서는 20여년 전 약사들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이사는 "정부와 한의학계의 성의 있는 자세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며 "학문과 소신이 합당한 대우로 돌아오고 전문가 의견이 존중되는 바른 의료환경을 바란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대란의 시작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강력한 리더십과 단합으로 의사들의 소원이 현실로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