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간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의사협회가 의원급 경영 해법으로 진료의뢰서 수가 신설을 주장해 성과를 얻어낸 것은 맞지만, 화상 수가가 포함된 시범사업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의료계마저 진료 의뢰-회송 사업에 포함된 화상 수가가 원격의료나 원격모니터링을 위한 '독소 조항'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의협의 시범사업 수용, 거부 여부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22일 의협에 따르면 의협은 내부 의견 교환을 통해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의뢰-회송 수가 시범적용 설명회를 통해 의원-상급종합병원간 이송, 회송 수가를 신설하고 회송 후 환자 관리를 위해 실시간 전화·화상 통화에도 수가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실시간 전화, 화상 수가 신설이 의협이 기존에 주장하던 진료 의뢰-회송 모델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의원급의 경영 해법으로 진료의뢰서 수가 신설 카드를 꺼내든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원과 병원, 환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주효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진료의뢰서 수가 신설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의원이 자세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병원 측의 중복 검사를 최소화하고, 이런 건보재정 절감분을 다시 의뢰서 수가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게 당시 추무진 회장의 계획. 애초부터 의협의 구상에는 전화나 화상 수가 신설은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지원사격한 의료정책연구소도 적정 의뢰 수가와 진료의뢰 유효기간, 방문 횟수 제한 등을 제시했을 뿐 화상, 전화 수가를 거론한 적은 없다.
"민감한 시기에 왜 하필…" 의협도 화상·전화 수가 신설은 금시초문
수가 신설의 수혜자인 개원가의 반응은 어떨까. 개원내과의사회는 진료 의뢰서 수가를 거론하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명희 회장은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의 핵심은 교육과 상담 수가가 생긴 것이다"며 "환자가 의료기관에 와야 하는데 (진료 의뢰서 수가 모델처럼) 원격으로 교육하고 상담하는 식으로 바꾼다면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아산병원이 일선 의원에 시범사업 참여 안내 공문을 발송하자 해당 지역 개원가 역시 원격의료의 포석이 아니느냐며 제도 참여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이 진료 의뢰-회송 수가를 신설하기 위해 물밑으로 작업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화상 수가가 들어간다는 것은 몰랐다"며 "대의원회의 원칙이 대면진료기 때문에 원칙상 전화나 화상 방식은 거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화상 수가 신설이 당초 의협의 구상과 다를 뿐더러 신설된다는 것도 몰랐다"며 "다만 진료의뢰 수가 신설에 포함된 화상, 전화 수가도 의사와 의사간을 모델로 하고 있어 무작정 거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의사와 의사 간 원격진료는 법제화돼 있기 때문에 원격모니터링이나 원격의료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의혹만으로는 거부할 수 없다"며 "대의원회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윗선의 생각은 참여 거부가 과연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고 털어놨다.
의협은 화상 수가 건을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할 지 여부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
의협 관계자는 "상임이사 전체 토의에서 회송-이송 수가에 화상 수가 들어있다는 것이 유감이다는 말이 나왔다"며 "담당 이사는 원격모니터링, 원격의료와 거리가 멀고 그런 식으로 간다고 하면 참여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도 화상 수가가 원격모니터링, 원격의료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며 "만일 정부가 원격의료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를 거부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맞다고 보지만 아직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할 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