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대학병원마다 보직 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병원의 다음 세대를 열어나갈 젊은 교수들이 보직 인선을 고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고민이 쌓이고 있다.
진료와 연구 등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보직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를 풀어줄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점에서 골머리를 썩는 분위기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11일 "젊은 교수 중에서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인물이 있어 보직을 맡기려 했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며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젊은 나이에 보직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 어쩔 수는 없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대학병원의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데다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굳이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 보직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B대학병원 보직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고위 보직자 외에는 사실 보직을 맡으려는 교수들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 보직자는 "그나마 주요 실장급과 진료부장 정도 돼야 보직을 맡으려 하지 실무급 보직은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일부 힘없는 실장급 보직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리트는 없고 고생만 한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며 "일부 부서를 통폐합 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대학병원 교수직 또한 과거와 같은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보직자들의 분석이다.
동료 교수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진료실적을 내야하는 것은 물론 1년에 몇편씩 SCI급 논문을 써내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국 안정적인 환자군을 가지고 있고 일정 부분 연구 실적 등에서 자유로운 교수들 외에 실적을 올려야 하는 젊은 교수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A대병원 원장은 "사실 요즘 젊은 교수들은 우리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여러가지 압박을 받고 있다"며 "테뉴어(정년보장)제도도 서서히 없어지는데다 승진 요건 등도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보직을 한다고 해서 특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과 노력은 쏟아야 하는 일들"이라며 "차세대 기수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